ADVERTISEMENT

진중권 "물대포 맞고 뼈 안부러진다고? 김진태 의원이 직접 실험에 응해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관련, "물대포 맞고 뼈 안부러진다"고 말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에게 "말 나온 김에 국회에서 물대포 검증 한번 했으면 좋겠다. 김 의원이 진리를 위해 기꺼이 제 몸을 실험에 제공해 주실 거라 믿는다"며 일침을 가했다.

진 교수는 6일 대구 매일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칼럼에서 서울대 병원이 백남기 농민 사망을 '병사'로 몰아간 것과 관련, "나라가 이상해졌다"고 개탄했다.

그는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는 것은 온 국민이 공개된 영상을 통해 지켜본 바 있다. 그는 그렇게 병원에 실려 간 후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300여 일을 누워 있다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대한민국에서 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의 죽음을 부른 것은 분명 경찰의 물대포였다. 그런데 사인이 '병사'란다"라며 기가 막힌 일이라고 했다.

진 교수는 이어 "더 황당한 것은 그 다음이다. 주치의인 백선하 교수는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유족의 반대로 연명치료를 받지 못해 백 씨가 사망에 이른 만큼 사인을 병사로 표기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가족의 반대로 최선의 치료를 하지 못해 사망에 이른 만큼 병사가 옳다는 것이다. 즉 백남기 씨 사망의 책임이 가족에게 있다는 얘기"라며 "백 교수에게 묻고 싶다. 그의 말대로 체외 투석을 했다면 백 씨가 살아났을까? 미치지 않고서는 '그렇다'고 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민들도, 서울대 의대생들도, 현업의 선배들도, 진상조사 특위의 위원들도 입 모아 '외인사'라 말해도, 백 교수 홀로 막무가내다"라며 "왜 그럴까? 일단 사인을 병사로 기재할 경우 누가 이득을 볼지 생각해 보자. 물론 경찰과 정권이다. 외인사로 기록하는 순간 책임자를 찾아야 하고, 그걸 찾다보면 결국 정권에 정치적 부담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백 교수가 미쳤거나 바보가 아닌 이상, 오직 이것만이 이 부조리한 상황을 조리 있게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박근혜 정부도 비난했다.

"사실 비슷한 사건은 노무현 정권 때도 있었다. 그 때는 경찰청장과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그 때처럼 그냥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넘어가면 안 되나?"라며 "그게 안 되는 게 이 정권의 문제다. 그뿐인가? 이 정권은 늘 한술 더 뜬다. 검찰과 경찰에서는 꼭 부검을 해야겠단다. 이미 사망 원인은 알려져 있는데, 대체 뭘 더 밝히겠다고 죽인 것도 모자라 시신에 칼까지 대는가? 발뺌을 해도 참 잔인한 방식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나섰다. '물대포 맞고 뼈 안 부러진다.' 말 나온 김에 국회에서 물대포 검증 한 번 했으면 좋겠다. 김진태 의원이 진리를 위해 기꺼이 제 몸을 실험에 제공해 주실 거라 믿는다"며 "걱정 마시라. 물대포 맞아도 뼈 안 부러지니 무슨 일이야 있겠냐마는, 행여 사고라도 나면 진단서 만은 꼭 백선하 교수께 받게 해 드릴 테니"라고 글을 끝맺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