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딸 남기고 떠난 엄마. 아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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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브리엘」와 「분도」는 이제 천주의 볕으로 갔으니... 두분의 명복을 위해 기도합시다』
16일 상오7시 김포공항폭탄테러사건으로 숨진 김봉덕(43. 남서울병원마취과장). 옥금숙(33)씨 부부의 영결식이 거행된 서울역촌동 성당.
숨진 김씨의 친형 김병학신부(역촌동성당주임신부)의 집전으로 올려진 영결미사에서 1백여명의 가족. 신도들은 오열을 삼키며 김씨부부의 영혼의 승천을 기구했다.
기도가 계속되는 동안 성당 곳곳에서 울리는 유족들의 흐느낌 속에 맨앞자리에 앉았던 한 유족이 절규에 가까운 울음과 함께 "연진아... 엄마. 아빠 간다"며 흐느끼자 성당안은 참았던 울음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며 통곡의 바다로 변했다.
성당주변의 고인의 덕을 기려 수많은 조객들이 보내온 국화에서 풍겨나온 잔잔한 향기는 폭탄테러로 허무하게 숨진 두사람의 영혼을 대래기엔 너무나 미흡했다.
운구차에 고인들의 유해가 실리자 사랑하는 동생부부를 영원히 떠나보내는 김신부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했고 영결미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중상을 입고 부모의 참변도 모르는 채 남서울병원에 입권중인 김씨부부의 외동딸 연진양(8. 신천국교2)은 부모의 마지막가는 길도 지켜보지 못해 유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응결미사를 끝낸후 이들의 유해는 남편김씨의 고향인 양산군상북면 천주교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김씨의 7형제 모두가 평소 독실한 가톨릭신자였기에 마지막 떠나는 길은 더욱 허무하기만 했다.
한편 비보를 받고 16일 하오 급거 귀국한 옥씨 집안의 맏딸 옥성숙씨(54. 하와이거주)는 며칠밤을 울음으로 지새워 퉁퉁부어오른 눈으로 곧장 동생 윤철씨가 입원한 세브란스병원으로 달려가 누워 있는 동생을 바라보며 한동안 넋을 잃었다.
성숙씨는 공항청사를 나올 때 사고연장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떨군채 몸서리를 쳤다.
LA에 사는 막내동생 세철씨(38)로부터 전화로 참변소식을 들었다는 성숙씨는 "어머니는 마흔이 넘어 낳은 금숙이를 성품이 착하고 재주도 좋아 끔찍이 사랑했다"며 "왜 착한 내동생이 이런 참변을 당해야 하느냐"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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