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생은 대세어는 '헐' '개이득' '핵노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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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서구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김모(10)양은 ‘헐’(황당하거나 어이없을 때 내는 감탄사), ‘안물’(안 물어봤다) 같은 신조어·줄임말을 하루에 10번 이상 사용한다. 말을 할 때도 그렇지만 일기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용돈을 주면 ‘개이득’(아주 큰 이득)이라고 말할 정도다. 김양의 부모는 걱정이 많다. 딸이 불량한 말투를 쓰는 것 같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 아이만 그럴까. 다른 초등학생들은 어떨까.

대구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달 8일부터 20일까지 지역 초등학생 4~6학년 1859명을 대상으로 신조어·줄임말 사용 실태를 조사해 6일 발표했다. 한글날(9일)을 앞두고서다. 그랬더니 1605명(86.3%)이 ‘헐’을 가장 많이 쓴다고 답했다. ‘안물’이 1527명(82.1%)으로 다음을 차지했다. ‘o o’(알았다)이 1501명(80.7%)으로 뒤를 이었다. ‘응, 아니야’(듣기 싫은 이야기를 받아치는 말), ‘노답’(답이 없다) , ‘ㅇㅋ’(오케이), ‘핵노잼’(재미가 없다), ‘극혐’(혐오 정도가 심하다) 같은 표현도 초등학생들이 즐겨 쓰는 말로 조사됐다.

설문 대상 초등학생 중 1801명(96.9%)이 신조어·줄임말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초등학생 사이에 신조어가 일상적인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초등학생들은 신조어·줄임말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977명(52.6%)이 “짧고 간단해 사용하기 편하다”고 답했다. 친구들이 사용하니까(263명.14.1%), 습관이 되어서(238명, 12.8%)라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송미연 대구교육연구정보원 연구사는 “학년이 높거나 컴퓨터와 휴대전화 사용시간이 하루 한 시간 이상인 학생이 신조어·줄임말 사용 빈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재미있는 것은 부모님이 존댓말을 사용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학생들의 신조어·줄임말 사용 빈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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