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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순찰' 경찰관들, CCTV 감찰 논란

중앙일보

입력

파출소 근무 중 순찰은 나가지 않고 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등 불성실하게 근무를 해온 경찰관들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해당 경찰서 측이 감찰 과정에 파출소 내 폐쇄회로(CC)TV 녹화 자료를 열람한 것을 두고 전직 경찰간부가 담당자들을 최근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전남 해남경찰서는 지난 6월 해남 지역 파출소 소속인 A경위와 B경위에 대해 각각 정직 1월과 정직 3월의 징계를 내렸다. 두 경찰관이 제대로 근무를 서지 않았다는 감찰 결과를 토대로 한 징계다.

해남경찰서 112종합상황실은 앞서 지난 5월 8일 오후 8시50분쯤 두 경찰관이 근무 중인 파출소에 변사 사건과 관련한 출동 지시를 했다. 관내에서 누군가 숨진 사건이 발생했으니 현장에 나가 확인하라는 지시였다.

하지만 이들은 "알겠다"는 응답만 했을 뿐 실제로는 출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수 차례 재지시에도 출동이 이뤄지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다른 파출소 경찰관들을 현장에 보냈다.

A경위와 B경위는 해당 사건을 계기로 감찰이 시작되자 적극 해명에 나섰다.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A경위는 갑자기 쇼크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B경위는 용변을 보느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감찰에 들어간 경찰은 두 경찰관이 2인1조로 근무하는 파출소 CCTV 영상 확인에 나섰다. 이전부터 두 경찰관의 근무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동료들의 제보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두 경찰관이 함께 야간 근무를 서기 시작한 4월 8일부터 CCTV 영상을 확인하자 엉터리 근무 실태가 밝혀졌다.

5월 8일 이전까지 5차례 안팎의 야간 근무 중 2~3시간마다 하게 돼 있는 순찰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는 게 전부였다.

조사 결과 두 경찰관은 순찰은 하지 않고 파출소 내에서 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봤다. 권총과 장구류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경찰이 이같은 감찰 결과를 토대로 두 경찰관을 징계하자 현재 경찰인권센터를 운영 중인 장신중 전 총경(전 강릉경찰서장)이 해남경찰서 측을 검찰에 고발했다. 파출소 시설 관리 및 안전을 위해 설치된 CCTV를 감찰 목적으로 확인해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는 게 고발 이유다.

해남경찰서 관계자는 "두 경찰관이 지령을 받고도 출동하지 않은 이유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이전부터 제기된 불성실한 근무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과 내부 지침에 따라 CCTV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해남=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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