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면접 보면 가산점 주겠다" 교수 사칭해 입시생 성추행

중앙일보

입력

 

대입 면접 담당 교수를 사칭해 입시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광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정모(3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 수강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는 대학 입시면접관으로 행세하면서 수험생인 피해자들을 강제로 추행한 계획적인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피해자들은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들 모두와 합의가 이뤄졌고, 피해자들은 정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0월 수도권 소재 한 전문대학 항공운항과 면접을 마치고 귀가하던 피해자 A씨에게 접근해 "내가 교수이고 면접관인데, 점수가 애매해서 (추가)면접을 본 후 가산점을 주겠다"고 말했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면접을 보지 않으면 백프로 떨어진다. 이 학교 오고 싶지 않냐"고 했다. 결국 A씨가 면접에 응하자 정씨는 "술에 취한 진상 손님에 대처하는 롤플레이(Role play) 면접을 하겠다"며 A씨의 신체를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했다.

또 다른 학생 B씨에게는 "면접을 볼 때 말을 다 못한 것 같다. 심층 면접을 봐야 해서 너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한 뒤 인근 건물로 데려가 상황 대처 면접을 해야 한다며 B씨를 강제로 추행했다.

1심은 "정씨는 사전에 정보를 수집해 범행 일시와 장소 등을 정하고 준비한 계획된 범행을 저질렀다"며 "죄질이 좋지 못한 점 등에 비춰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