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상대 ‘통신깡’ 300억대 불법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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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접근해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신용카드로 통신 요금을 대납하게 하는 일명 ‘통신깡’ 수법으로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사기 등)로 한모(31)씨 등 일당 6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함께 범행을 벌인 이모(41)씨 등 49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돈 빌려주고 통신 요금 대납시켜
수십억 챙긴 일당 적발, 6명 구속

경찰에 따르면 한씨 등은 지난해 7월 통신사 직원과 공모해 매달 수십억원 통신요금을 내는 A사에 접근했다. A사는 문자메시지 대량 발송 서비스 업체였다. 이들은 A사의 통신요금 납부 업무를 자신들이 대행하겠다고 제안했다. A사가 통신사에 납부할 돈을 자신들이 받아 불법 대출에 사용하고 이자 수익을 가로채기 위해서였다. A사는 이자 수익이 나면 일부를 되돌려 주겠다는 말에 한씨 일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이들은 텔레마케팅으로 급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대출이 이뤄지면 A사가 내야 할 통신요금을 채무자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대출금을 갚게 했다. 만약 700만원의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A사로부터 1000만원을 받아 700만원을 빌려주고, 채무자에게 이자를 포함해 1000만원을 카드로 결제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A사의 통신요금은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카드 할부로 나눠 내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한씨 등은 이자를 가로채 부당 이득을 남겼다. 이들은 이 돈 일부를 역할에 따라 나눠 가지고 일부는 A사에 제공했다. 약 1년간 피해자 5400여 명이 신용카드로 대납한 통신 요금은 총 306억원에 달했고, 이 중 한씨 일당이 챙긴 부당 이득은 약 60억원이었다.

한씨 일당은 대출이 필요한 법인들을 상대로 다른 사기 행각도 벌였다. 먼저 대출 브로커나 인터넷 대출 광고를 통해 급전이 필요한 법인들을 찾아낸 뒤 돈을 대출해주는 조건으로 법인 명의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받으면 유심칩만 분리해 단말기는 중고폰 수출업체를 통해 팔아 넘겼다. 한씨 일당에게 대출을 받은 29개 법인은 이런 과정을 거쳐 총 1440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했다. 한씨 일당은 이 수법으로 20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추가로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깡과 불법 대출을 응용한 일명 ‘통신깡’ 사기로 수법이 복잡하고 치밀한 새로운 범행 수법이다. 추가 수사를 통해 도주한 피의자를 검거하고 통신사에도 범행 수법을 통지해 개선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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