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나이들수록 날씬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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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장수마을 장수노인들은 몸매의 변화과정이 달랐다.
보통사람들은 청년기에서 중년기로 접어들면 몸이 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장수노인들은 청년기에 뚱뚱하던 사람들도 대부분 중년기를 맞으면서부터 곧 날씬한 쪽으로 변모했다.
『지금이야 다 쭈그러 들였지만 20대까지만 해도 퍽 부대했다네. 아마 백열근(66㎏)은 나갔을거여. 힘깨나썼지. 아, 그러던것이 고된 노동탓인지 30대로 접어든 뒤부터는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군』
전남 고흥군 두후면 금성부락 유영휘 할아버지 (82).
1백57·1㎝의 키에 현재몸무게는 43㎏, 마른 체격이지만 지금도 근력만은 좋은편이라고 했다.
본사특별조사반의 의료팀이 장수노인 본인과 친구들을 통해 조사한 이들 노인들의 체격 변모 과정을 보면 비대한 사람이 청년기(30세이전)엔 21·2%였으나 중년기(30∼60세)엔 15·2%로 6%가 줄었다. 또 표준체격도 45·5%에서 36·3%로 9·2%가 줄었다.
반면 야윈 체격은 청년기에 33·3%이던 것이 중년기엔 48·5%로 늘어났다.
이같은 현상은 노년기(61세이후)로 접어들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별표참조>
염용태교수 (고려대의대)는 『이는 퍽 흥미로운 현상으로 앞으로 보다 세밀히 연구분석해봐야겠지만 역시 장 노인들의 식생활과 고된 노동활동등에서 빚어진 결과인 같다』고 풀이했다.
이바람에 장수마을 장수노인들 가운데는 뚱뚱한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체로 키가 작고 깡마른 체격으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전국평균체격에 훨씬 미달하는 상태.
수명은 허리띠 둘레에 반비레한다는 말이 있다. 이들장수노인들은 허리가 가늘고 가벼워서 오래 사는 것일까.
의료팀이 실측한 장수노인들의 키와 몸무게 평균은 남자가 1백53·6㎝에 46·3㎏, 여자가 1백48·2㎝에 42·1㎏.
한국 인구보건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65세이상 노인의 평균치에 비해 키와 몸무게가 각각 남자는 13·4㎝와 14·7㎏, 여자는 7·8㎝와 10·9㎏이 모자란다.
장수노인들의 신장분포를보면 남자는 1백50㎝이하가 25%, 1백50∼1백59㎝가 50%이고 1백60㎝이상은 5%에 불과하다. 여자는 1백50㎝이하가 29·2%, 1백50∼1백59㎝가 70·8%로,이가운데는 1백40㎝이하도 12·5%나 되는반면 1백60㎝이상은 한사람도 없는 실정. 여자나 남자나 도시노인들에 비해 대체로 키가 훨씬 작은 것이 특징이다.
비만도는 어떤가. 키와 몸무게등을 비교, 판정한 의료팀의 측정결과를 살펴보자.
전체 남녀 장수노인중 ▲깡마른편 12·1% ▲마른편 48·5% ▲표준형 30·3% ▲약간비만 6·1% ▲비만3%.
이들노인 10명중 9명이상이 표준형이거나 마른 편이고 약간 비만 또는 비만형은 1명꼴이 채 안된다.
채범석교수(서울대의대)는 『장수마을 장수노인들은 채식위주의 저칼로리 식사로 탄수화물과 지방질이 체내에 쌓일 여유가 없고, 얼마간 쌓인다 하더라도 끊임없는 노동활동으로 쉽게 연소돼 항상 가벼운 체중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채교수는 『장수노인들의 이같은 몸매가 비대한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고혈압·심장병·당뇨·관절염등 각종 성인병의 발병을 막아 더 오래 살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팀의 종합소견도 장수노인들의 건강상태는 64·1%가 「양호한편」, 28·2%가 「보통」 이며, 「불량」은 7·7%에 불과하다. 특히 순환기와 소화기 계통은 아주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본사 특별조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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