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보강공사, 손 놓고 있는 한인 건물주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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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보강공사 대상 아파트 소유주중 내진설계와 시공 등을 진행하는 소유주가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LA시의 지진 취약 건물의 보강공사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대상 건물주들은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3.7%만 내진설계 검토·승인
'일단 지켜보자' 반응이 대부분
예상보다 높은 공사비도 걸림돌

지진보강공사 업체들이 최근 LA시건물안전국(LADBS)에 알아본 결과, 현재 대상 1만3500채 중 내진설계 검토 및 승인이 난 케이스는 불과 500개 미만으로 3.7% 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주한인건설협회의 정재경 회장은 "지난 지진보강 세미나가 끝나고 수백 건에 달하는 문의가 들어와 현장실사까지 마쳤지만 실제로 내진설계까지 연결된 경우는 거의 없다"며 "특히 한인 건물주들은 일단 좀 지켜보자. 공사 마감일도 연기될 수 있는 것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한인 건물주들이 서로 눈치만 보는 이유로 ▶공사명령서(OTC) 미수령 ▶아직 남은 기간이 많다는 안이한 생각 ▶예상보다 높은 공사비 등을 지목했다.

LA아파트소유주협회(AAGLA)의 최성윤 이사는 "상당수의 협회 한인 회원들은 16유닛 미만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들중 OTC를 받은 회원은 아직까지 많지 않다"며 "16유닛 이상의 소유주중 한두 명은 받았지만 내진공사를 하지는 않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지진보강공사 전문업체인 소캘레트로핏닷오그(Socalretrofit.org)의 잭 임 사장 역시 "(우리 업체에서만) 500채 이상의 아파트를 검사하고 상담했지만 정작 시공까지 이어진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이는 대부분의 한인 소유주들이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예상외로 높은 공사비용도 소유주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가주한인건설협회의 김홍국 부회장은 "LA시는 최근 내진공사시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으로 개스를 차단하는 밸브를 유닛마다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밸브 하나 값만 160달러 정도고 설치비를 포함할 경우, 유닛당 수백 달러에 이른다"며 "이 때문에 지진공사 비용이 예상했던 금액보다 20%이상 나와 소유주들이 시공을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막상 아파트를 뜯어보면 터마이트 문제나 파운데이션 이상 등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겹쳐 지진보강 공사 비용 대폭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AAGLA 최 이사는 "수만~수 십만 달러의 여유 자금을 가지고 있는 아파트 소유주는 많지 않다"며 "사실상 LA시 정부의 융자 옵션 제공이나 지원책 없이는 내진공사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건물주들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마감 시한을 앞두고 건물주들의 수요가 몰리면 공사 업자 선정도 힘들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공사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사를 본격 진행하기에 앞서 설계를 한 후 LA시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수개월의 기간이 요구된다.

임 사장은 "내진공사 완료 마감일이 다가와서 공사를 하려면 지금보다 시간도 더 많이 걸리고 비용도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OTC를 받았다면 미리 준비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LA시 정부는 지난해 1978년 이전에 지어진(1978년 이전 법에 근거해 건설된) 4유닛 이상의 목조로 된 아파트 중에서 2층 이상으로 구성돼 있으며 1층은 주차장이나 차고, 2층 이상은 주거용 유닛으로 된 아파트와 콘도의 내진공사를 의무화했다.

정부는 보강공사 대상을 16유닛 이상, 3층 이상, 나머지 건물 등 3 부류(tier)로 나눠 보강공사 통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했으며 목조 건물의 경우, 시 정부로부터 OTC를 받은 후 2년 내에 지진보강 공사계획을 LADBS에 제출하고 3년 안에 관련 공사 퍼밋 취득을 마쳐야 한다.

글·사진=진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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