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밀집한 ‘세종의 로데오’, 맹모 찾아오는 ‘교육특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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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신도심 1번지로 꼽히는 도담동. 금요일인 지난달 30일 오후 식당과 술집은 빈 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붐볐다. [세종=프리랜서 김성태]

2012년 7월 1일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 개발 초기인 2011~2012년에는 첫마을을 중심으로 아파트단지·상가가 들어선 한솔동이 ‘신도심 중심’을 자처했다. 당시 유일한 상권이었던 한솔동 식당·술집은 공무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012년 9월 국무조정실을 시작으로 40개 기관(1만4808명)이 이전하면서 새로운 주거단지와 상권이 형성됐고 중심가도 이동했다. 지금도 세종시는 ‘자고 나면 상가가 하나씩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부 기관 이전하며 신도심 부상
200m 도로변 음식점·카페 빼곡
국제고·영재학교에 학원도 밀집
학군 우수해 대전·청주서도 이주
좁은 도로, 극심한 주차난 과제
보건·의료시설도 취약…개선필요

요즘 세종시에서 가장 ‘핫(hot)’한 곳은 단연 도담동 상업지역이다. 이곳은 200m가량의 왕복 2차로를 따라 양쪽에 상가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간단한 식사부터 한·중·일식, 카페·커피숍, 편의점까지 업종도 다양하다. 세종청사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의 회식·모임장소 1순위가 도담동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상인들도 도담동을 최고 상권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신도심에서 오후 10시 이후에도 사람이 붐비고 택시를 탈 수 있는 곳”이라는 말도 나온다. 도담동은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정류장이 지척(50m)이라 도심 어디든지 10~20분 내에 이동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방축천을 따라 새로운 점포가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도담동은 주변 배후세대가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쳐 1만 세대에 달한다. 500m 반경에 2만~3만여 명이 거주하는 것이다. 20~30대 젊은층이 많아 퇴근 후 소비도 활발하다. 상가 골목을 따라 도로가 아파트 출입구와 연결됐고 방축천 산책로와도 이어져 다른 상업지역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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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도담동 상가의 식당들은 테이블마다 손님으로 빼곡했다. 20~50대 직장인부터 가족까지 손님도 다양했다. 도담동은 신도심 여러 상권 가운데 1차(식사), 2차(맥주), 3차(노래방·당구)가 동시에 가능한 지역이다. 도담동 상업용지 면적은 2만5106㎡가량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도담동에는 39개 상가가 들어섰다. 입주 점포는 706개로 입점률은 67.3%(475개)다.

상가가 밀집한 탓에 아르바이트 시급이 수도권보다 높다. 최근 한 구인구직사이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 신도심의 시급은 시간당 6922원으로 수도권보다 200~300원가량 많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도담동이 1-5생활권 방축천 특화 상업시설(어진동), 2-4생활권 어반트리움거리(나성동)가 들어서는 2020년까지 신도심 상권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시로 이주한 지 1년가량 된 공무원 김민호(34)씨는 “예전에는 동료와 대전 노은·반석동까지 나갔는데 요즘은 도담동에서 모든 것을 해결한다”며 “모든 종류의 식당이 몰려 있어 선택하는데도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도담동과 인접한 아름동엔 학원가가 밀집해 있다. 신도심지역 학원 151개(지난해 말 기준) 가운데 절반 가량인 73개(48.3%)가 아름동에 있다. “학군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대전과 청주에서 ‘맹모삼천지교’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한다. 세종국제고와 과학예술영재학교가 있는 아름동은 세종시의 ‘교육특구’으로 불린다. 아름동 인구는 5만118명(8월말 기준)으로 세종시 14개 행정동 가운데 가장 많다. 세종시의 학생 수는 3만6954명으로 4년 전보다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인구는 2012년 8월 10만8920명이던 게 지난 8월에는 23만8127명까지 증가했다. 아파트 가격도 크게 올랐다. 세종시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지난달 11일 기준 7조52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4398억원(23.6%) 증가했다. 전국평균 6.2%의 4배 수준이다.

하지만 불편한 점도 적지 않다. 시민들이 가장 먼저 꼽는 게 인구에 비해 비상식적으로 좁은 도로와 주차공간이다. 정부청사는 물론 상가주변은 24시간 주차난이다. “주차공간을 찾는 게 복권에 맞을 정도”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계획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한 모습이다. 최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세종특별자치시지원위원회에서도 교통과 보건·의료부문 취약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세종=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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