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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들이고, 푸드 트럭 까지…특급호텔 겸손해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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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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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1층 통로에 5성급 호텔 최초로 GS25 편의점이 입점했다. 제품은 호텔 이용객이 많이 찾는 와인과 수입 맥주,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상품으로 차별화했다. [사진 김경록 기자]

김영란법 영향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특급호텔이 문턱을 낮추고 있다.

삼성동 5성급 호텔에 GS25 입점
미니바 대신 저렴하게 이용 가능
정원에 트럭 음식점 설치한 곳도
중가 호텔선 1만원대 뷔페 등장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1층 연결통로에 편의점 GS25의 첫 프리미엄형 매장이 생겼다. 편의점이 5성급 호텔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호텔 1층은 명품·시계 등 호텔의 고급스러움을 부각할 수 있는 매장의 전유물이었다. 인터컨티넨탈호텔 측은 “호텔에서 쉬며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족들은 특급호텔 시설을 이용하면서도 객실 내 미니바나 룸서비스 대신 직접 음식이나 주류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해치지 않는 한에서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편의점 입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호텔 이용객들이 많이 찾는 스파클링 와인과 수입 맥주를 비롯해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캐릭터 상품이나 마스크팩을 구비해 다른 매장과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은 지난 3월 로비 라운지 일부를 개보수해 캐주얼 카페 ‘10G’를 오픈했다. 주로 비즈니스 미팅 장소 등으로 사용되는 호텔 1층 카페 역시 호텔의 일부분인 만큼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그간 강하지만 이 호텔 카페는 다르다. 셰프가 직접 만드는 샌드위치는 7000원, 샐러드 6000원, 아메리카노 4500원 등으로 시중 프랜차이즈 카페와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호텔 이용객은 물론 인근 지역 직장인에게 반응이 좋다는 설명이다. 콘래드 서울 관계자는 “특급 호텔의 서비스와 음식의 질은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합리적으로 낮췄다”며 “호텔이 더 이상 부유층이 전유물이 아닌 ‘작은 사치’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편안한 휴식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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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야외에 푸드트럭을 설치해 셰프가 만든 디저트와 음료를 저렴하게 판매한다. [사진 각 업체]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지난 8월 야외 정원에 푸드 트럭 팝업 카페 ‘왓 더 트럭’ 론칭했다. 호텔 셰프가 만든 디저트·음료 등을 푸드트럭에서 저렴히 판매해 이용객들의 눈길을 끈다. 음료 가격은 모히토 6000원, 커피 4000원 등으로 호텔 내부 식당에 비해 저렴하다. 이 호텔 관계자는 “길거리 푸드트럭에 들러 음식을 사먹듯 호텔도 부담없는 장소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설치했다”며 “이전까진 호텔 앞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았는데 푸드트럭에 관심을 보이며 자연스레 방문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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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스테이 전 지점에서 운영하는 뷔페 ‘카페’는 1만~2만원대 평일 점심 메뉴를 내놨다. [사진 각 업체]

한편 비즈니스 호텔 역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중요시하는 고객을 노린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신라스테이의 뷔페 레스토랑 ‘카페’는 1만~2만원짜리 메뉴로 눈길을 끈다. 신라스테이 서대문점의 점심뷔페 가격은 1만5000원, 마포는 1만8000원, 광화문은 2만원 등이다. 일반 레스토랑의 ‘샐러드바’라고 불리는 뷔페 가격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이에 전국 9개 지점 가운데 8개 지역의 주중 런치 예약율이 90%에 이를 정도다. 인근 직장인이 많이 찾는 마포점과 광화문점은 점심 위주 메뉴에서 저녁으로 이를 확대했다.

신라스테이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브런치 모임 수요가 많은 마포·서대문·울산점의 점심 뷔페는 최소 일주일 전 예약해야 자리가 있을 정도”라며 “지점 별로 카페를 이용하는 고객의 니즈에 따라 운영 시간과 가격·메뉴 등을 차별화해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문을 연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도 호텔 뷔페는 5만~10만원대라는 편견을 깨고 점심 뷔페 이용가격을 3만9000원에 책정했다.

비즈니스 호텔 식당가가 가격을 낮춘 데는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도 한몫을 했다. 중저가 호텔 경쟁이 치열해지자 조식과 저녁뷔페 서비스를 강화한 것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쇼핑을 할 땐 ‘큰 손’이지만 숙박요금은 아끼려는 중국인 관광객이 적지 않아 중저가 호텔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비즈니스 호텔인 만큼 가성비를 내세워 뷔페를 운영하는 것이 중국인 관광객 모객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영란법 이전 특급호텔이나 고급 한정식집 을 이용했던 수요까지 끌어온다는 전략이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서울시내 호텔 수가 크게 늘면서 비즈니스호텔은 물론 특급호텔도 고객층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트렌드와 함께 김영란법의 여파로 호텔의 ‘군살빼기’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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