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평화협정 국민투표 부결, 52년 내전 종식 먹구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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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52년간 내전 종식을 위해 콜롬비아 정부가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체결한 평화협정이 2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개표 결과 반대 50.2%, 찬성 49.8%였다.

콜롬비아 정부와 평화협정 지지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국민투표 전 8차례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매번 20%포인트 가량 우세했기 때문이다. 국민투표를 통해 평화협정을 추인받으려던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TV연설에서 “투표 결과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임기 동안 평화협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FARC 측과 투표결과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투표 부결 원인으로는 ▶전쟁 범죄 자수 시 FARC 조직원 실형 면제 조항 ▶낮은 투표율(37%) 등이 꼽힌다.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은 “평화협정이 전쟁 범죄자들을 사면한다”며 반대 캠페인을 벌여 산토스 대통령을 압박했다. 태풍 탓에 산토스 지지 지역에서 투표율이 저조한 점도 변수가 됐다.

평화협정 국민투표 부결은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를 연상케 한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지적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국민투표를 밀어붙여 역풍을 맞은 점, 예상 밖 투표결과 등이 닮은 꼴이다.

산토스 대통령은 취임 2년째인 2012년 말부터 평화협상을 시작, 3년 9개월여 만인 지난 7월 쌍방 정전을 이끌어냈고 8월 평화협정을 발표했다. 지난달 26일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등을 초청해 성대하게 평화협정 서명식까지 치렀다. NYT는 “영국이 브렉시트 후폭풍을 겪고 있듯이 콜롬비아도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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