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단행본 출간 잇달아 | "이민문학"이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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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민사회를 소재로한 문학작품이 늘고 있다.
안수길의 『북간도』등을 효시로 하는 이른바 「이민문학」은 70년대 전후 고국을 떠난 박상육·김지원·박시정·마종기씨등에 의해 주로 쓰여져 왔는데, 최근 국내작가의 작품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을 비롯해 교포 2, 3세들에 의해서도 낯선 문명과의 만남 속에서 겪게되는 이민의 애환이 그려지고 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작품으로는 박상육씨의 장편 『죽음의 한 연구』와 창작집 『열명길』, 김지원씨의 장편 『모래시계』와 창작집 『겨울나무 사이』, 이청우씨의 장편 『달과창』, 박시정씨의 중편 『속 날갯소리』 (「현대문학」 9월호), 조윤호씨의 시집『풀꽃처럼만나리』등이 있다.
뿐만아니라 『남미식 겨울』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마종기씨의 신작 시집이 10월중 간행예정이며, 이민 3세로 미국 문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캐시·송」의 시집도 9월중 출간예정이다.
이들 작품의 배경은 2백만명의 해외 한국인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캐나다등 북미대륙이 대부분이다.『죽음의 한 연구』 『열명길』은 캐나다로 이민간 중견작가 박상육씨가 75년 고국에 부쳐 온 작품들을 묶었다. 낮선 나라의 병원 시체실에서 근무하며 「죽음」 과 「이민」에 관해 써 모은 기이한 단편들이 그동안 거의 사장되어 있다가 올8월에 재평가와 함께 단행본으로 다시 발간되었다.
김지원씨의 『모래시계』는 유학생 남편을 따라 도미, 직장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한여성과 뉴욕의 한인사회를 다루고 있으며, 창작집 『겨울나무 사이』에는 역시 이민사회를 다룬 소설 『바닷가의 피크닉』등 8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역시 재미작가인 이청우씨의 장편 『달과 창』은 박사학위를 딴뒤 부동산 사업에 손대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한여성의 애정 편력과 이민사회에서의 고독을 다루었고, 박시정씨의 중편 『속 날갯소리』는 한국어를 배우는 연하의 필리핀 남성과 사랑에 빠지면서도 애정을 선택하지 못한 한국여성을 그리고 있다..
시인 조윤동씨는 부모·형제 곁을 떠난 고적한 심정등을 그린 시집 『풀꽃처럼 만나리』 를 지난 6월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그리움은 또다시 강물을 이루어서/내 가슴 가득가득 넘치도록/어머니를 그렇게 부르고 싶다…』(『어머니의 노래』 중)
또 국내 시단에 잘 알려진 마종기씨는 최근 보내온 시『일상의 외국』 에서 그리운 땅을 향한 자신의 심정을 『안락한 외제소파에 틀고앗아/안락하지 못했던 동학의 전기를 읽는다…삿대 없이 흐르던 가난한 나라/흐린지에얼굴 덮인 죽창의 눈물… 한여름 냉방장치의 응접실에서/문득 얼굴에 흙칠을 하고 싶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들과 달리 이민3세인 「캐시·송」은 사탕수수밭 일꾼으로 이민한 할아버지와 사진결혼으로 맞은 할머니의 애화를 시로 발표해 86년 『젊은 미국 시인 작품집』에 수록되는 등 미국 시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나보다 한살 아래였던/스물 세살의 나이로 한국을 떠났다/그녀는 정든 집문을 나서/홀로 떠나야했다/부산의 삯바느질 집에서/떠나는 그 순간까지 듣지도 못했던 이국의 섬 그 아득한 포구까지는 머나먼 여로였다…』( 『사진 결혼 신부』 중)
최근 「이민문학」이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데 대해 문학평론가 정규웅씨는 『이민 초창기때를 그린 작품들은 대부분 이 땀에서 살지 못해 쫓겨간다는 경제·사회적인 의미로 평가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다른 삶을 찾아간다라는 인간 근원적인 문제에 바탕을 둔 작품들이 집필되고 있다』고 지적한뒤 『삶의양태를 바꿔보고 싶어하는 기본 욕망을 이민문학을 통해 간접체험 할수 있다는 것이 이들 작품이 많이 읽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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