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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린파인 3년간 21차례 고장…북 미사일 감시 42시간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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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기 위한 군의 조기경보레이더(그린파인)가 최근 3년여 동안 21차례 고장을 일으켜 42시간 동안 미사일감시망에 공백이 생겼다고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철규(동해-삼척) 의원이 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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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스커드미사일 등을 발사할 경우 조기경보레이더인 그린파인이나 이지스함 체계의 레이더가 탐지하고, 패트리엇미사일(PAC-2)로 요격하는 게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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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의원이 입수한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미가동현황’에 따르면 KAMD의 핵심 요소인 그린파인이 충북 지역에 배치한 것은 8차례, 충남 지역에 배치한 것은 13차례 고장이 났다. 군은 24시간 북한을 감시하기 위해 충남과 충북 지역에 그린파인 2대를 배치하고 격주로 번갈아 운용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잡는 KAMD의 눈
2대로 격주 운영 중 고장나면
다른 레이더 가동 2시간 걸려

레이더가 고장을 일으킨 횟수는 2013년 3회, 2014년 5회, 2015년 8회, 올해 5회(6월 현재)로 총 고장시간은 472시간이었다. 한 지역의 레이더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다른 지역 레이더를 가동하는 데 2시간가량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42시간(2시간X21회)의 전력 공백이 있었다는 게 이 의원 측 설명이며, 공군도 이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이 의원은 “24시간 가동돼야 할 미사일감시망에 구멍이 뚫렸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공군 측은 “레이더 2대가 동시에 고장 난 적은 없어 (공백 시간은 있었지만) 작전 임무는 수행했다”고 해명했다. 가장 큰 고장 원인은 레이더의 안테나 가동 시 발생하는 열과 외부 온도 차로 인해 내부에 이슬이 맺혀 전원공급기와 송수신 증폭모듈(TRU) 등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슬 때문에…4000억짜리 대북 감시망 ‘먹통’

군이 운용하는 그린파인 레이더가 먹통이 됐다는 것은 북한 미사일 방어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장비는 조기경보 레이더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에서 ‘눈(目)’에 해당한다. KAMD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이를 탐지, 분석해 종류를 확인한 뒤 패트리엇(PAC) 미사일 등으로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대한 대응책이다.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24시간 감시하기 위해 2012년 이스라엘로부터 2대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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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 이철규(동해-삼척) 새누리당 의원은 “그린파인 레이더 1대가 21차례(총 472시간)에 걸쳐 작동이 중단된 탓에 그때마다 다른 레이더 가동이 필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다른 레이더 가동을 위해선 2시간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만큼 감시 공백이 생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장비의 도입 이후 발생했던 감시 공백은 총 42시간(21회 고장X2시간)이었다. 특히 5일 동안 레이더 수리를 했던 2014년 3월 22일과 31시간 이상 작동이 중단됐던 지난 3월 21일 북한은 각각 프로그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30여 발과 단거리 발사체(300㎜) 4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이 의원은 “최근 북한이 수시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시에 허점을 보인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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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한 대가 고장 날 경우 다른 것을 가동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며 “미국의 인공위성과 이지스함에 장착된 SPY-1D 레이더도 작동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대북 감시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미사일의 경우 다양한 장비를 동원해 초 단위로 정확한 궤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요격해야 하는데 그린파인 레이더의 작동이 중단될 경우 한쪽 눈을 감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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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선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정확하게 탐지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해상을 이동하는 이지스함의 레이더에 비해 고정식으로 24시간 감시하는 그린파인 레이더가 잠시라도 작동을 멈춘다면 그만큼 대응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린파인 레이더의 고장은 안테나 안쪽에 생긴 이슬맺힘(결로)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가동 시 고열이 발생해 외부와의 온도차로 생긴 이슬이 전력공급장치와 부품을 연결하는 커넥터 등에 들어가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군은 이런 현상이 되풀이되자 안테나 주변에 에어컨 등을 설치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결국 군 당국은 130억원을 추가로 들여 레이더를 덮는 돔을 만들어 일정한 온도를 유지키로 했다. 돔은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L-3 에스코 콜린스사의 제품을 들여오기로 했다.
 
이에 이 의원은 “한 대에 2000억원에 달하는 장비를 들여오면서 결로현상조차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군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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