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전부 토해낼라 아파도 못 쉬는 박성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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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대회에 7주 연속 출전하면서 홀쭉해진 박성현. 피곤에 지친 그는 30일 개막한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첫날 공동 34위에 그쳤다. [사진 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9일 경기도 여주 솔모로 골프장. 상금랭킹 1위 박성현(23·넵스)은 피곤한 기색으로 골프장에 나타났다. 박성현은 지난 8월 중순부터 7주 연속 국내외 골프 대회에 출전하면서 파김치가 된 상태였다. 박성현은 “시즌 초에 비해 살이 3~4㎏ 정도 빠졌다. 가끔은 너무 피곤해 클럽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아파 보인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털어놓았다.

KLPGA, 지난 대회 우승자 불참 땐
전년도 상금 전액 벌금으로 징수
두 달간 치통, 피로 누적 박성현
7주 연속 출전 강행군 이어가

프로골퍼들은 일반적으로 4~5개 대회에 출전한 뒤 한 주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투어 일정을 짠다. 그러나 시즌 7승을 거두며 최고의 인기 스타로 떠오른 박성현은 마음대로 쉴 수가 없었다. 추석 연휴였던 9월 중순엔 국내 여자투어 대회가 열리지 않았지만 박성현은 이 기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프랑스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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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에도 박성현은 쉴 수 없었다. 지난주 미래에셋대우 클래식에 이어 이번 주 대회까지 그는 2주 연속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에 나섰다. KLPGA투어 규정(제3장 제14조 제2항)에 따르면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해 동일 대회에 정당한 사유(천재지변, 본인 결혼 또는 입원, 출산, 4촌 이내 친척의 사망, 해외 투어 진출 등) 외에 불참하면 전년도에 받은 상금 전액을 벌금으로 징수한다’고 돼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 빠져도 특별한 규제가 없는 LPGA투어나 상벌위원회의 판단에 의해 약간의 벌금 또는 출전 규제 등의 징계를 주는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투어에 비하면 징계 수위가 훨씬 높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너무 심한 규제”라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KLPGA는 2013년에 규정을 개정하면서 디펜딩 챔피언이 이듬해 대회에 불참할 경우 50%였던 벌금을 100%로 올렸다.

결국 박성현은 지난주 미래에셋대우 클래식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전했다가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였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체력 저하로 무너졌다. 두 차례나 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는 등 난조를 보인 끝에 무려 6타를 잃고 공동 17위(3언더파)까지 추락했다. 박성현은 “체력적인 문제로 샷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샷 타이밍이 달라져서 정신이 없었다. 내가 뭘 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지난주 역전패를 당한 뒤 연습 대신 휴식을 택했다. 프로암을 제외하고는 코스에 나가지 않았다. 박성현은 “하루, 이틀 쉰다고 없어지는 피로가 아니지만 최대한 푹 쉬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 두 달 가까이 치통이 너무 심해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치과에 다녀온 뒤 음식물을 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30일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 공동 34위에 올랐다. 김해림(27)·장수연(22·이상 롯데) 등 5언더파 공동 선두 그룹에 4타 차다. 박성현은 “다음주 열리는 대회는 건너뛰기로 했다. 휴식을 취하면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여주=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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