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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 무기·불법자금 운반 의혹 고려항공도 제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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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이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외교적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28일(현지시간) “전 세계 미국 공관을 통해 주재국 정부에 북한과의 외교적·경제적 관계를 단절(sever ties)하거나 격하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것은 ‘단교(斷交)’까지도 포함한다. 이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정부가 북한의 ‘절친’ 우방국들을 상대로 벌인 대북 고립 외교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외교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주요 자금줄 석탄·철광 수출도 차단
제재서 빠진 민생용까지 포함 검토

러셀 차관보는 또 “북한이 석탄을 중국에 수출해 연간 10억 달러(약 1조985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는 북한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한다”며 “북한산 석탄과 철광 수출의 구멍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미 정부의 최고위급 당국자가 중국 측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북한의 고립을 위해 유엔 안보리 제재에서 제외했던 민생 목적의 석탄·철광 수출을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란 것이다.

대니얼 프리드 미 국무부 제재담당 조정관도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 아태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이번에 문제가 된 랴오닝훙샹 외에 다른 중국기업도 조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미 재무부와 국무부가 세계의 많은 기업을 조사하고 있다. (불법행위 연루 기업 조사에는) 제한이 없다”며 국가나 기업에 관계없이 불법행위 연루자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실시할 뜻을 밝혔다. 그는 “우리(미국)와 동맹들이 북한 고려항공의 (영업)활동을 축소하고 능력을 제한한 것이 사실”이라며 “제3세계 국가들이 취항을 제한했으며 우리는 북한 체제에서 고려항공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항공에 대한 조사 방침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고려항공이 사실상 북한군에 소속돼 북한의 대량파괴무기와 외국 노동자들의 불법 자금 등을 운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는 특히 북한과의 외교단절 요청의 경우 단순히 경고 메시지 발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제재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면책 특권을 악용해 대북제재를 회피, 핵·미사일 자금을 조달해온 북한 외교관들의 불법 행위가 상당수 차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미는 북한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서 “지난 8월 북한의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신홍철 외무성 부상 등 고위급 인사들이 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상당수 국가가 방문 접수를 거절하거나 면담의 격을 낮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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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60여 개 국가 또는 국제기구가 북한과의 고위 인사교류나 공관 개설, 대북 협력사업을 보류하거나 중단했다. 외교가 소식통은 “한 동남아 국가의 경우 북한 외무성 간부의 방문을 거절했는데 이 인사가 ‘우리 공관 방문이 목적’이라며 무작정 입국했다고 한다. 그러고선 공관에 들어가 버티며 주재국 외교부 간부들에게 만나달라고 떼를 썼다”고 귀띔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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