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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드] 이부진ㆍ최신원ㆍ정유경ㆍ정지선, 면세점 놓고 ‘스타워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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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사업권 티켓 3장을 놓고 경쟁하는 주요 그룹 오너일가. 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 각 사]

다음달 4일 마감되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삼성ㆍSKㆍ롯데ㆍ신세계ㆍ현대백화점 등 주요 그룹이 다시 한 번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에서는 대기업 3곳, 중소ㆍ중견기업 1곳 등 총 4곳의 시내 면세점을 선정한다. 대기업 몫 3곳에는 호텔신라ㆍSK네트웍스ㆍ신세계DFㆍ현대백화점면세점ㆍ롯데면세점ㆍ이랜드 등 6곳이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최신원(64) 회장이 전면에 나서서 면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SK네트웍스다. 최신원 회장은 최근 이사회 자리에서 워커힐면세점 사업권 재획득과 집중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이를 통해 호텔과 면세점을 비롯한 워커힐 전체 매출을 향후 3년내 연간 1조원 대로 키우는 동시에, 서울 동북권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운영하던 광장동 워커힐면세점의 사업권 재승인에서 탈락하면서 올해 상반기를 끝으로 면세점 운영을 중단했다. 하지만 당시 진행하던 면세점 리모델링 공사는 예정대로 마쳤다. ‘재오픈’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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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점 후 재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SK네트웍스의 서울 광장동 워커힐면세점. [사진 SK네트웍스]

워커힐은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건(1926~1973) SK그룹 창업주가 1973년 인수하고 또 거주했던 곳이다. 최 창업주가 생전 마지막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로, 최 회장에게는 남다른 감회가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말 면세 특허를 잃은 이후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지만 ‘공격 경영으로 정면 승부하라’고 강조하셨던 선친의 말씀을 되새겨 어떤 사업자보다도 경쟁력 있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면세점으로 특허 획득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워커힐은 현재 남아있는 면세사업부 직원들을 면세점 사업 종료 이후에도 계속 고용승계를 하고 있는 상태다. 장세찬 SK네트웍스 부장은 “타사로 옮긴 직원들도 사업권 획득 이후에는 모두 다시 받아주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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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합작한 HDC신라면세점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오픈한 이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사진 HDC신라면세점]

이부진(46ㆍ호텔신라 사장)ㆍ정몽규(54ㆍ현대산업개발 회장) 콤비의 HDC신라면세점도 강남 진출을 선언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역사에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을 오픈한바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인프라(용산아이파크몰 부지)에 신라면세점의 소프트웨어ㆍ상품기획(MD) 역량을 결합한 합작형태를 이번에도 유지한다.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 강남권 신규면세점을 추진하기로 28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에는 테마를 ‘국산품(K-상품)’으로 잡았다. 지난해 7월 2곳을 선정하는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 입찰에서 1위로 선정된 노하우를 살려 맞춤형 전략으로 사업권을 따내겠다는 의도다.

아이파크타워 맞은 편에 있는 무역센터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면세점 설립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지선(44)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핵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두 핵심역량이 최근 발표한 여의도 파크원 쇼핑몰에 짓는 서울 시내 최대 백화점과 시내 면세점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7월 입찰 당시 중소기업 등과 연합해 설립했던 현대DF를 청산하고, 현대백화점이 100% 출자(100억 규모)한 (주)현대백화점면세점 법인을 최근 세웠다. 유통가에서는 ‘강남 백화점’의 대명사로 꼽히는 현대백화점의 이미지를 살려 고급스러운 ‘데스티네이션 숍’(매장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상점) 컨셉트의 시내면세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중국 현지 여행사 17곳과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는 한편, 삼성동 코엑스 SM타운에서의 한류체험 등 관광상품을 개발해 중국인 관광객 200만명을 한국에 유치하기로 했다.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는 “작년 7월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한 이후 1년여간 면세점 TF팀을 유지하며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면서 와신상담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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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내부 전경. [사진 신세계면세점]

한편 서울 회현동 신세계백화점 내에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면세점도 반포동 센트럴시티를 입지로 삼아 시내면세점 사업권 경쟁에 뛰어든다. 정유경(44)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최근 오픈한 명동점ㆍ인천공항점의 사업 안정화와 확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신세계가 추진하는 새 면세점 위치는 센트럴시티다. 신세계백화점의 대표 매장인 강남점이 입점해있는 이곳은 JW메리어트서울호텔, 고속터미널, 서울성모병원 등의 인프라와 붙어 있다. 유커는 물론이고 의료관광을 위해 입국한 중동 부호들까지도 커버할 수 있는 입지다. 안주연 신세계DF 과장은 “센트럴시티와 호텔ㆍ쇼핑몰이 함께 있는 집적 효과, 가로수길ㆍ압구정동 등 인기 관광지와의 인근성, 지하철(3ㆍ7ㆍ9호선)ㆍ고속버스(경부ㆍ호남선)ㆍ공항버스 등 편리한 대중교통을 주된 포인트로 삼아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강남 관광 허브’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롯데면세점도 이번 사업권에 대해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월드타워점 폐점 이후 직원 중 희망자는 월급의 60%를 지급하면서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일부 희망 직원은 소공 본점 등에 분산 배치해 근무하고 있다. 월드타워점 매장공간은 인터넷면세점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롯데그룹 고위관계자 역시 29일 전화통화에서 “신동빈(61) 회장에 대한 구속 리스크가 사라진만큼 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 재획득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은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이랜드 측은 “ 글로벌 SPA 확장 등 현재 국내ㆍ외 펼치고 있는 신규 및 핵심 사업에 집중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내국인과 외국인 매출을 합쳐서 총 9억6794만 달러 규모(약 1조600억원)로 집계됐다. 편의점과 더불어 유통업계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몇 안되는 업태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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