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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커] 삼키면 폐 아닌 위장으로…큰 문제 없지만 쌓이면 안심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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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회수되는 메틸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 함유 치약제를 사용했어도 안전에 문제가 없나.
회수제품 내 잔류될 수 있는 양은 0.0044ppm으로 유럽 기준(15ppm)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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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27일 저녁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의 일부다. 26일 ㈜아모레퍼시픽이 제조한 11종의 치약에서 가습기 살균제 속 성분인 CMIT·MIT가 0.0022~0.0044ppm 검출됐다. 아모레퍼시픽은 28일부터 반품·환불에 나섰다. 식약처는 CMIT·MIT가 다른 업체 제품에도 사용됐는지 확인하는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식약처는 그러나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대부분 분해돼서 몸 밖으로 배설
애들 실수로 먹어도 위험 크지 않아”
미국선 치약 CMIT·MIT 제한 없어

인체에 무해하다는 제품을 전량 회수하는 이유는 1차적으로 ‘법규 위반’ 때문이다. 한국은 현행 규정상 치약 보존제로 벤조산나트륨 등 3종만 허용하고 CMIT·MIT는 금지돼 있다.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다른 제품도 화학물질이 법적 기준을 조금이라도 초과하면 똑같이 회수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외국에 비해 규정이 엄격한 편이다. 미국은 치약 보존제로 CMIT·MIT를 자유롭게 사용한다. 유럽에선 최대 15ppm까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 입에 들어가는 치약 특성상 ‘양치하면서 삼켜도 문제가 없는가’란 불안감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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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치약은 인체에 치명적일까. 전문가 사이에선 치약에 CMIT·MIT가 일부 함유됐다고 해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가습기 살균제는 호흡기를 거쳐 폐로 들어가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치약처럼 소화기로 흡수될 때는 다르다. 임영욱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CMIT·MIT는 주로 호흡 독성이 문제가 되는 물질이라 소화기에선 독성이 높지 않다. 애들이 치약을 실수로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평소에 쓰는 양으로 문제가 생길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2009년 유럽 소비자과학안전위원회(SCCS)의 평가에 따르면 15ppm이 함유된 치약을 하루 사용량만큼 먹었다고 해도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CMIT·MIT를 입으로 먹으면 빠른 분해를 거쳐 몸 밖으로 배설된다. 외국에선 치약 같은 의약외품에 사용하는 걸 허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극미량이 검출됐다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임종한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치약은 매일 반복 사용하는 데다 CMIT·MIT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데 하루 이상 걸려 몸에 누적될 수 있다. 치약 외에도 CMIT 등이 함유된 제품을 함께 사용하다 보면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치약 외에도 CMIT·MIT가 포함된 제품은 꽤 있다. 샴푸 등 화장품, 염색약·구강청결제처럼 사용 후 씻어 내는 의약외품은 최대 15ppm까지 허용된다. 단 입으로 들어가는 구강청결제는 내년부터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다.

세척제는 사용처에 따라 규정이 다르다. 과일·채소 등 먹거리를 씻는 1종 세척제는 CMIT·MIT 사용이 불가능하다. 식기와 조리기구를 세척하는 2종, 산업용인 3종은 써도 상관없다. 김기석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장은 “일반 가정에선 1종 세척제로 식품과 식기를 모두 씻는 경우가 많아 업체도 1종을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설거지할 때 2종을 쓰더라도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구면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인체 위해성을 떠나 구멍 뚫린 유해물질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영욱 교수는 “국민이 불안해하는 물질은 되도록 안 쓰게 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임종한 교수는 “법 개정을 통해 유해물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사용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애경산업은 CMIT·MIT를 자사의 치약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해당 성분은 일부 샴푸 제품에만 쓰였으며 지난 6월부터 샴푸에도 CMIT·MIT가 제외된 성분을 사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종훈·허정연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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