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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ravel] 건릉에서 정조의 애민 사상을 떠올립니다

중앙일보

입력

| 10월 편집장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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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눈으로만 즐기는 곳이 있고, 몸과 마음까지 행복해지는 곳이 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행지도 있지요. 물론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요.

경기도 화성에 있는 건릉(健陵)은 상념에 잠기게 하는 여행지 중 한 곳입니다. 건릉은 조선 제22대 정조대왕(1752~1800)과 부인 효의왕후의 합장묘입니다. 건릉을 포함해서 남한 땅에 있는 조선왕릉 40기는 잘 알다시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입니다.

건릉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까닭은 백성들을 향한 정조의 사랑 때문일 것입니다. 정조는 자신을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모든 냇물에 골고루 비치는 밝은 달과 같은 주인’이란 뜻으로, 온 백성을 고루 보살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고 하네요.

정조는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백성을 사랑했고 또 그들과 소통했습니다. 즉위한 뒤에도 자주 궁을 빠져나와 백성들을 만났다고 합니다. 왕릉 참배를 구실로 도성 밖에 나온 것만 100회가 넘습니다. 또 아버지 사도 세자의 능인 융릉(隆陵)을 13회나 참배했습니다. 이렇게 행차할 때마다 정조는 백성의 소리를 직접 들었습니다. 백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였다고 합니다.

정조 하면 수원 화성이 떠오릅니다. 수원 화성에서도 정조의 애민 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화성 행궁에서 정조는 가난한 백성들에게 쌀과 소금을 나누어 주었고, 배고픈 백성들에게는 직접 죽을 쑤어 먹이는 진휼 행사도 열었습니다. 어머니 회갑연에는 인근의 궁핍한 백성을 초청해 음식을 나눠 먹었다고 합니다. 정조의 애민 사상이 드러나는 일화는 이 외에도 많습니다.

요즘 지도자들은 말끝마다 ‘국민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정작 국민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말로만 국민을 위할 것이 아니라 정조처럼 행동으로 직접 보여 주면 좋겠습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지도자가 그리워지는 이 가을, 다시 한 번 건릉과 수원 화성에 가 봐야겠습니다. 건릉에서 정조의 애민 사상을 떠올립니다

편집장 이석희 seri19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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