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은 위장자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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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 영동 서진룸살롱 조직폭력배 칼부림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자수한 5명중 칼잡이 강정휴씨(20·유도대중퇴)가 현장에 없었는데도 범인인 것처럼 위장자수한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또 자수한 고금석씨(22·유도대4년 제적)도 진술이 일관성없이 횡설수설하고 있어 고씨등 또다른 위장자수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에따라 경찰은 두목격인 정씨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엉뚱한 인물을 내세워 사건을 조작하려한 것으로 보고 위장자수동기를 집중수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사건발생 시각인 14일 밤11시쯤 정 정형외과에 입원중인 홍성규씨와 함께 병원에 있었으며 서진회관에는 가지 않았다는 것.
강씨는 정요섭씨의 사주로 유도대학 후배로 사건에 가담했딘 김모군(19·수배)대신 위장자수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씨가 위장자수를 시킨 것은 장진석씨등 수배중인 범인들에게 도피시간을 벌게하고 수사에 혼선을 줘 이 사건의 배후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또 숨진 4명의 부검결과 뒷머리가 둔기로 맞은 것이 치명상이며 흉기로 팔다리의 동맥과 아킬레스건이 끊기는등 무차별 난자당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범인들이 피해자를 확인살해한 것으로 단정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칼잡이의 두목은 장진석씨(27)로 지목하고 장씨와 김동술(23)·김승길(24)씨를 각각 50만원에 현상수배하는 한편 새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유원근(25·유도대학재학생)·김모(19·유도대학재학생)군등 2명을 추가로 수배했다.
한편 병원에 입원중 달아난 홍성규씨는 17일 경찰에 자수했으며 현상수배중인 김동술씨와 김승길씨는 17일 하오 경찰에 자수의사를 밝혀왔다.
◇갈등=경찰은 숨진 고룡수씨가 옥살이를 했던 「교통사고」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교통사고를 위장한 청부폭력이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고씨의 교통사고와 가해자측 일당인 홍성규씨의 또다른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진상을 캐고있다.
숨진 고룡수씨는 교도소에서 면회 간 조직동료들에게 『나가면 요섭이를 죽여버리겠다』 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동료들에 따르면 고씨가 옥살이를 하는동안 정요섭씨가 뒷바라지를 해주기로 약속해놓고도 이를 지키지않아 앙심을 품고 있었다는 것.
이에따라 경찰은 고씨의 보복에 한발앞서 정씨측에서 하부조직을 동원, 고씨등을 살해한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또 이같은 갈등외에도 정씨가 옥바라지를 해줘야할 만큼 고씨가 정씨의 비밀을 앝고있어 정씨가 이를 은폐하기 위해 범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계보=경찰은 서울영동·이태원일대 유흥가에서 활약중인 목포출신 폭력조직은 「만보파」「김일구파」「이민석파」등 모두 6개조직이 있으며 이중 수배중인 장진석씨등 목포출신 유도대학졸업·재학생들이 84년초 「서울 목포파」를 결성, 「일석파」「일구파」등을 차례로 깨뜨린뒤 고씨의 출감으로 재편성 기미가 있는 고씨파에 일격을 가하고 세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은 또 지난달 중순 정요섭씨가 『잘되어 가는데 제동을 걸려는 놈들이 있으니 손을 봐야겠다』는 말을 했으며 사건당일 정씨와 범인일당 8명이 정씨의 내연의 처 집인 반포동아파트에 모였고 30분 간격으로 술집에 도착한 것으로 미루어 정씨가 장진석씨를 이용해 범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부검=경찰은 지난 16일 대림성모병원에서 피살자들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결과 피살자가 모두 머리 부분을 흉기로 맞은 사실이 있음을 발견하고 범인 장진석씨등이 생선회칼로 피살자들을 난자한 후 머리 부분을 흉기로 때려 확인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자수한 고금석씨등을 상대로 이 부분에 대해 집중수사중이다.
자수한 고금석씨등은 피살자들을 병원에 옮길 당시 이미 죽어있던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흉기등을 사용, 절명케한 후 단순히 검거 후에 형벌을 가볍게 받기위해 거짓 진술을 하고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부검 결과 주원섭씨는 왼쪽 발목의 뼈가 보일 정도로 칼로 난자당해 동맥이 끊겨 있었고 고룡수씨는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잘려진 상태였다.
또 장경식씨는 양팔과 다리가 무수히 칼로 난자당해 있었고 송재익씨는 오른쪽 배를 칼에 찔려 숨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송씨를 제외한 유씨등 3명은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아 치명상을 입은 상처가 밝혀졌다.
부검을 지휘한 서울지검 동부지청 박정규검사는 『피살자가 모두 팔과 다리에 5∼27cm가량의 상처가 7∼8군데씩 나있고 고씨는 두개골이 심하게 다친 상태』라면서 『피살자들이 생선회칼로 난자당해 「실혈성 쇼크사」를 일으켰지만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이 치명상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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