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정신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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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말할 수 없이 속상합니다. 제가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때문이라는 원망도 듣고 있어요』
한국여자농구의 세계적 스타플레이어였던 박찬숙(27)은 한국팀이 소련 민스크에서 열린 제10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하위 그룹으로 전락하는 전례없는 성적을 나타낸 데 대해 충격과 함께 송구스러운 마음마저 느낀다며 안타까와했다.
한달전 딸(효명)을 낳아 어엿한 어머니가 된 박찬숙은 후배를 질타하기보다는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녀가 나름대로 분석한 이번 참패의 원인은 김화순을 제외하고 이번 대표팀의 선수 대부분 대표 경력이 미약하고 해외원정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여자농구는 지난해 박찬숙과 함께 최애영 박양계등 주전들이 한꺼번에 코트를 떠난 뒤 신진 선수로 대폭 세대교체를 하면서 하강세를 보여왔었다.
『우리는 84년 LA올림픽 당시 예선에서 탈락했다가 공산권이 불참하는 바람에 본선에 진출해 예상외로 은메달을 따낸 바 있어요. 이 경험을 살려 용기를 낸다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을 겁니다』
지난 75년 숭의여고 1년때부터 시작, 국가대표선수로만 10년. 아시아 최고의 센터로 17차례의 국제 대회에 출전해 한국 여자농구의 명성을 세계에 떨쳤던 그녀는 당장 한달남짓 남은 아시안게임을 걱정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농구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홈코트에서의 싸움이기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중공을 누르고 우승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시 도전한다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우리팀이 졌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당장이라도 유니폼을 입고 코트로 달려가고픈 심정입니다.』
작년 6월 서재석씨(31)와 결혼한 뒤 안양시 관양동에서 살고 있는 그녀는 출산 후 서울쌍문동 친정집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으나 농구에 대한 열의는 식지 않았다.
86 아시안게임때는 농구 시상식을 돕는 자원봉사대원으로 나서 후배 선수들의 뒷바라지를 할 예정이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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