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J카페] 월마트가 우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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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매일 싸게 팝니다(Everyday Low Price)”

오랜 월마트의 구호가 사그라지고 있다. 1952년 세워져 사람 나이로 치면 50대가 된 월마트의 목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한 것은 달라진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 때문이다. 인터넷 마케팅 회사인 블룸리치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월마트의 앞날은 더욱 암담하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미국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아마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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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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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라인 쇼핑 시장이 아마존화(Amazonize) 되는 속도는 가파르다. 블룸리치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을 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55%가 쇼핑에 앞서 제일 먼저 아마존을 찾았다. 지난해 조사 때(44%)와 비교해 훌쩍 수치가 올라섰다. 바쁜 휴가 시즌에 앞서 소비자들이 아마존에 접속해 원하는 물건을 찾거나 가격비교를 하는 소비 패턴이 더욱 확산됐다는 얘기다. 블룸리치는 아마존의 약진이 검색엔진을 앞세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구글과 야후를 위협하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검색엔진을 통한 초기 ‘상품 찾기’를 하는 비중이 지난해 조사 때(34%)보다 줄어든 28%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월마트 같은 특정 유통업체들의 입지(21%→16%)도 줄고 있다.

아마존이 상품을 조회하는 통로가 되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e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전년 대비 13% 커진 3850억 달러 규모를 이룰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존 유통업체들 역시 속속 온라인 시장을 열고 있다. 아마존의 위협에 월마트는 최근 ‘온라인의 코스트코’로 불리는 제트닷컴을 33억 달러에 사들였다. 기존의 월마트닷컴으론 승산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아마존보다 싼 상품’을 앞세운 이 회사는 마크 로어가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마크 로어는 아마존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제트닷컴을 세웠다. 아마존을 견제하고픈 월마트로선 최상의 매물인 셈이었다. 월마트는 제트닷컴의 마크 로어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유지하도록 했다. 올해 안에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면 월마트의 반격이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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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마존과의 진검승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마존의 충성고객 때문이다. 두터운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아마존의 유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때문이었다. 연회비 99달러를 내면 무료로 물건을 배달해주고 책을 빌려준다. 음악이나 비디오도 스트리밍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코웬&코의 분석가 존 블랙릿지는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하는 충성고객이 지난 8월 기준 4900만명에 달하며 유료회원 가입자 수 역시 증가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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