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대선 싸움, 정치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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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6일 밤 국회 당 대표실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주도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 하고 있다. [사진 오상민 기자]

차기 대통령 선거를 1년3개월 앞두고 시작된 여야 간 기싸움이 정치권을 시계 제로의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지난 24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주도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26일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이정현 “정세균 의장 사퇴를”
집권당 대표 초유의 단식 선언
야당, 여당 불참 속 국감 강행

그는 오전 의원총회에서 “정세균 의원이 파괴한 의회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다”며 “거야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선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집권당 대표의 단식은 사상 처음이다.

그는 이날 오후부터 국회 본청 대표실에 매트리스를 깔고 단식을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당 체제를 ‘정세균 사퇴 관철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또 정 의장에게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소속 의원 129명이 참여하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의 릴레이 1인 시위도 시작했다.

박지원 “단식 코미디” 이정현 “고향 후배 능멸”

새누리당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에 대한 항의 표시로 26일 국정감사 첫날 일정에 모두 불참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자신들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를 여당 의원들 없이 강행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집권당 대표가 국회 정상화를 가로막기 위해 무기한 단식을 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단식 농성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중재하는 여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께는 말 한마디 못하고 국회의장을 향해 무기한 단식이라, 푸하하 코미디”라고 썼다. 그러자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나이 76세나 먹은 사람이 이렇게 고향 후배를 능멸하면 되느냐”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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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이번 해임건의안 처리에 대해 당 지도부가 꼭 극단적인 투쟁 방식을 써야 하느냐에 대해 당내에 반론이 없지 않다”며 “당 지도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데엔 대선을 앞두고 당 내부 단합의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수도권 의원들 사이엔 ‘민심과는 좀 다르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글=서승욱·이지상 기자 sswook@joongang.co.kr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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