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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스윙 전인지 “티샷 때보다 더 떨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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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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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여왕’ 전인지가 23일 잠실야구장에서 2016 정기 연고전의 개막전으로 열린 야구 경기 시타를 하고 있다. LPGA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 전인지는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4학년생이다. [사진 SPORTS KU 조현석]

“메이저 대회 첫 홀에서 티샷 할 때보다 더 떨리던데요.”

리우 올림픽 전부터 시타 약속
시구자는 염재호 고려대 총장

‘메이저 여왕’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골프클럽 대신 야구 배트를 들었다. 전인지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고려대와 연세대의 ‘2016 정기 연고전’ 야구 경기에 앞서 시타자로 등장했다. 전인지는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심호흡을 하고 타석에 들어선 전인지는 시구자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던진 공에 크게 헛스윙을 했다. 관중석에선 웃음과 함께 큰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에비앙 챔피언십이 끝나고 정신없이 바빠 야구 배트는 물론 골프클럽도 잡아 보지 못했다. 시타를 하기 전 야구부 친구가 치는 법을 알려 줘 공을 때릴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웃었다.

전인지는 지난 18일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남녀 골프 메이저 최소타(263타) 기록을 모조리 갈아 치우며 우승했다. 대회를 마치고 20일 귀국한 그는 “에비앙 대회 우승 이후 많은 분이 알아보고 격려도 많이 해 준다”고 밝혔다. 시타를 마친 전인지가 1루 측 고려대 응원석을 향해 손을 흔들자 함성이 쏟아졌다. 함께 사진을 찍자는 요청도 끊이지 않았다. 이정철 고려대 체육위원회 부장은 “리우 올림픽 참가 전부터 정기전에서 시타를 하기로 약속했다. 본인도 꼭 참석하고 싶다고 하더라. 마침 에비앙 대회에서 우승해 관심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밝혔다.

전인지는 골프만큼이나 학업에도 욕심이 많다. 전북 군산 출신인 전인지는 초등학교 때 전국 수학경시대회 대상을 받았던 ‘수학 영재’ 출신이다. 고등학교 과정인 미적분도 척척 풀어낼 정도였다. 지능지수(IQ)는 138. 궁금한 점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골프를 할 때도 본인이 완전히 이해한 뒤 확신을 가져야만 행동에 옮긴다. 전인지는 수학 문제 풀듯 플레이를 한다. 늘 경기에 앞서 코스의 레이아웃을 꼼꼼히 분석하고 그린 상태도 면밀히 살펴 공략법을 찾는다.

국내 투어 활동을 할 땐 수업에 꼬박꼬박 출석했지만 주 무대를 미국으로 옮긴 이후엔 리포트와 동영상 강의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번 학기 전인지의 수강 과목인 ‘체육논리학’을 지도하는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최근에는 대회 때문에 수업에 자주 나오지 못하지만 전인지는 가장 먼저 과제를 제출하는 성실한 학생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전인지는) 워낙 똑똑하고 말도 논리적으로 한다.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체육논리학 수업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을 것 같다”며 웃었다.

전인지는 “투어 일정으로 수업에 빠지는 게 늘 아쉬웠다. 최근에는 대학 후배인 리디아 고(고려대 심리학과 2학년)와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내가 선배라서 주로 정보를 알려 주는 편”이라며 웃었다.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전인지는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전인지는 29일 시작하는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일본여자오픈에 지난해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한다. 25일 일본으로 출국하는 전인지는 “디펜딩 챔피언인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오랜만에 아시아 대회에 참가해 많은 분이 응원하러 온다고 한다.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야구를 지켜보다 농구가 열리는 잠실실내체육관으로 이동해 응원대열에 합류했다.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4학년인 리듬체조 손연재(22)도 이날 농구 경기장을 찾았다.  정기전 첫날 야구에서는 고려대가 4-3으로 승리했다. 이어 열린 농구(71-71)와 아이스하키(3-3)는 두 학교가 비겼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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