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수술환자의 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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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생사가 기로에 처한 환자라면 『그까짓것 병든 부분을 잘라버리면 평생문제가 없지 않겠느냐』는 심정에서 수술받기를 원한다. 중한 병일수록 환자들은 그런 뜻에서 약물치료 쪽보다 수술을 더 좋아한다.
이밖에도 갖고있는 병을 오래 끌었다가는 골치아프고 재미없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수술을 원한다. 그래서 외과의사들은 수술을 앞둔 환자들의 심리관리에 고심한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수술이란 자기 몸 어느 한 군데를 잃는 것이 되기때문에 우선 서럽다.
특히 영화배우나 운동선수같이 자기 육체를 써서 생활하는 사람들, 또는 자기 육체에 대한 그럴듯한 환상에 젖어 살아온 자칭미남 미녀들의 경우에는 신체일부를 미구에 잃게된다는데서 오는「급성충도반응」이 커져서 수술을 앞두고 심한 부의에 빠진다. 그래서 수술을 망설이며 공연히 의사들을 바꿔가며 찾아다닌다.
환자는 신체의 일부가 잘린다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는 어려서부터의 에디퍼스 콤플텍스에서 오는 거세공포와 응징공포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또 전신마취를 두려워한다. 수술대 위에 마취당해 누워있는 상태에서 평소 무의식에 잠재해있던 그 무엇이 튀어나와 뭇사람의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그리고 마취에서 영영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두려움은 환자 자신이 어려서 중요한 사람들과의 이별을 겪었던 것에서부터 죽음에 대한 무의식적 두려움등에서 나오는 것이다.
어디를 수술하느냐에 따라서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 가수가 성대수술을, 문필가가 오른손 수술을, 축구선수가 하지절단수술을 받게 되었다면 그 충격과 울분 비통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목구멍수술을 받게되는 환자는 앞으로 말을 할수 없어 의사소통의 수단을 뺏긴다는 충격을 소화해야 한다. 특히 후두암의 초기여서 증세가 있는둥 마는 둥한 상대에서 후두절제를 받아야만하는 환자가 겪는 당황과 분노는 더없이 심하다.
남자가 비뇨생식기 수술을 받는다든가 여자가 골반수술을 받는 경우는 심각한 심리적 문제가 뒤따른다. 성욕이 떨어지고 발기불능·불임증이 올 수 있고 육체적 매력을 잃게될지도 모른다는데서 환자들은 두려워한다. 특히 젊은 부부에게서 이런 문제가 더 크다. 배우자로부터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시달리는가하면 반대로 배우자는 배우자대로 그런 상대를 자기가 배반하는 공상을 해서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다가 부부 모두에게 우울증이 온다. 드물지만 실제로 이 때문에 수술후 별거·이혼하게되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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