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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관절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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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비라도 한줄기 쏟아질 것같은 우중충한 날씨만 되면 뼈마디가 쑤시고 저리다는 노인들을 많이 보게된다. 관절염이 있다는 표시다. 그래서 얼마전까지도 관절염환자가 기상대보다 일기를 더 잘 맞힌다는 얘기도 있었다.
관절은 인체의 지주인 뼈와 뼈를 자유롭게 놀릴 수 있게 연결하고 있는 부분으로 여기에 생긴 염증이 관절염이다.

<종류>
가톨릭의대 문명상교수(정형외과)는 연골(쿠션역할을 하는 물렁뼈)에 염증이 생긴 골성(또는 추행성)관절염과 골액막(관절에서 윤활유 구실을 하는 액, 즉 활액을 만들어내는 얇은 막)에 병이 생긴 활막성관절염(대부분이 류머티성관절염), 그리고 연골과 활액막을 모두 침범한 범발성관절염(결핵성관절염등)으로 크게 나누는데 대개 외래환자 10뎡중 6명이 골성, 3명이 류머티성, 1명이 외상성등 그밖의 관절염이라고 말한다.
관절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변성이 생기게 마련으로 X선사진을 찍어보면 60세 이상인 사람의 90∼95%정도는 관절의 변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장년기에 접어들면 대부분이 잠재성관절염을 갖고있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 임상적으로 증세가 나타나는 것은 남자에서 2명중 1명, 여자는 4명중 1명 정도가 된다는 문교수의 설명이다.
골성관절염이 50세이상 연령층에 많은데 비해 류머티성은 젊은 연령층, 주로 35∼45세 사이에 많고 특히 여자가 남자의 3∼4배나 된다.

<증상>
염증의 4대증상인 발열·발적·부종·동통이 나타나며 진행정도에 따라 관절의 기능장애나 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무릎이나 팔꿈치가 제대로 안펴지거나 오랫동안 걷고나면 허리가 아프다거나 계단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때 다리의 통증을 더 많이 느낀다는 등이 그것이다.
관절염이 있는 사람은 자고 일어나면 근육이 뻣뻣한 경직감을 느끼는데 골성은 일어나 움직이다보면 대개 기상후 30분이내에 풀어지나 류머티성은 뻣뻣한 느낌이 1시간이상 지속된다.
골성은 활동을 할수록 통증이 심해져 저녁이나 밤에 심하고 침범된 관절에만 국한되는 것이 보통이나 류머티성은 초기에는 활동할수록 통증이 적어져 아침에 심하며 통증도 좌우 같은 부위에 동시에 오는 것이 보통이다.
또 골성은 관절이 딱딱하고 뼈돌기가 만져지기도 하며 관절부위가 건조한 감이 있으나 류머티성은 말랑말랑하게 만져지며 관절주위가 축축한 느낌을 준다.
골성관절염은 체중을 지탱하는 관절, 즉 무릎·엉덩이·경추·요추부위에 많이 생기는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좌식생활양식의 탓으로 무릎관절에 많이 나타난다는 것. 이에 비해 류머티성은 말초의 작은 관절, 즉 손목이나 손마디등 손가락 끝마디를 제외한 손의 모든 관절과 발목·팔꿈치관절에 잘 온다는 것이 서울대의대 최성재교수(내과·류머티스학)의 설명이다.
이화대의대 강충남교수(정형외과)는 연골이 나빠지면 2차적으로 활액막도 나빠지게 되는데 이 활액막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특히 기압골이 지나갈땐 팔다리가 쑤시고 아픈 증상을 심하게 느낀다고 설명한다.

<치료>
강교수는 관절염의 치료는 적절한 휴식과 함께 통증의 제거및 염증의 억제를 위한 약물투여와 물리치료에 의한 관절기능의 유지및 근위축방지가 주가 되며 필요에 따라 수술을 하기도 하나 무엇보다도 환자나 가족에 대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의사는 질병의 상태와 원인·예후를 정확히 설명해주어야하며 일상생활 요령까지 바르게 지도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전되거나 전염되는 병이 아닌가하고 걱정하거나 불치의 병이 아닌가하고 걱정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약물은 1차적으로 아스피린을 비롯한 소염진통제를 쓰게되며 2차약으로 금제제·항말라리아제 등이 쓰이고 있으나 이 약들은 소화장애나 얼굴부종·변비·두통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약의 선택과 복용은 병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한다.
최성재교수는 환자 임의로 스테로이드계통의 주사제를 쓰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약은 속효성은 있으나 감각이 둔해진다든가 당뇨병·녹내장·고혈압등 그 부작용은 엄청나기 때문에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쓰지 말라고 강조한다.
문명상교수는 일부에서 침요법이 성행하고 있으나 침으로 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침은 통증을 경감시킬 뿐이며 그것도 반복되면 모르핀 유사물질인 엔돌핀의 분비가 줄어들어 진통효과마저 없어진다는 것이다.
수술은 통증의 완화나 병의 진행을 막고 관절기능을 회복시키거나 또는 후유증치료를 위해 활막절제술·관절고정술·관절성형술·인공관절치환술 등의 방법이 상태에 따라 이용되지만 대상은 별로 많지 않다.
전반적으로 치료는 골성관절염쪽이 예후가 좋으며 류머티성이라 하더라도 시기가 늦지 않고 치료가 적절하다면 약간의 불편함은 있을지라도 정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연세대의대 문재호교수(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장)는 통증완화·관절기능유지·변형방지를 위해 여러가지 물리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고 다음과 같은 몇가지 예를 든다.
▲열치료=온욕·파라핀욕·열패드·열램프등 여러가지가 있다. 파라핀욕은 양초와 미네럴유를 6대1의 비율로 섞어 녹여서 이용할 수 있다.
열치료는 급성기나 감염이 있는 경우, 출혈성혈액질환·혈관순환장애·신경감각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해서는 안된다.
▲냉치료=얼음을 이용한 찜질이나 마사지 등을 말하며 통증이 심한 급성기때나 감염때에 효과적이다. 혈관순환장애가 있거나 찬 것에 과민반응이 있는 사람은 피해야한다.
▲수치료=소용돌이탕(수온37∼40도)이나 풀장(30∼37도)을 이용하는 것으로 물의 부력을 이용해 관절에 부담을 덜어주는 등 운동을 시키는 것으로 열치료효과도 있다.
▲대조욕=더운물(40∼43도)에 4분, 찬물(15∼20도)에 1분씩 교대로 환부를 담그는 것으로 한번에 10∼15회를 반복한다.
▲관절가동범위운동=관절은 2∼3일만 안쓰면 굳어지게 되므로 냉·열치료후 또는 진통제를 먹은후 통증이 가라앉을 때를 이용, 최소한 하루 한번은 관절의 전가동범위까지 움직인다.
▲근력강화운둥=아령들기등 관절을 움직이면서 하는 등장성운동과 관절을 움직이지 않고 근육을 강화시키는 등척성운동이 있는데 고무줄이나 비치볼을 이용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고 원을 그려보는 것도 등척성운동의 하나다.
▲일상생활 동작훈련=옷입기 등 생활동작훈련으로, 애처롭다고 옆에서 일일이 거들어 주기보다는 되도록 환자스스로 하도록 놔둔다.
옷을 입을 때는 나쁜 쪽부터 입고 벗을 때는 좋은 쪽부터 벗는다든지 계단을 오를때는 좋은 발부터, 내려올때는 나쁜 발부터 내딛는 것이 좋으며 지팡이는 아픈 쪽에 쥐어야 한다는 것이 훈련의 예가 된다.
그리고 평소에 운동을 안하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하면 오히려 악화되는 수가 있으므로 3주 정도는 관절가동범위운동이나 등척성운동, 또는 수영 등으로 근육과 관절을 좋게한후 해야 탈이 없다. 간혹 50대 아주머니가 20대와 함께 에어로빅체조나 조깅 등을 하다가 관절염을 얻게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방>
관절에 부담을 덜 주는 바른 자세가 관절염예방에 중요함은 물론이다.
예를 들면 의자에 앉을 때는 등받이에 바짝 붙여 90도로 앉고 서서 일하는 사람은 한쪽발을 10∼15cm높이의 받침대에 올려놓는다든지, 잠잘 때는 무릎밑에 베개를 받친다든지, 무거운 물건을 들때는 무릎을 완전히 구부린 자세에서 물건을 몸쪽으로 당겨 드는 것이 목이나 허리에 부담을 덜주는 자세가 된다.
문재호 교수는 관절염환자는 틈나는대로 관절을 움직여줘야 한다고 말하고 여러가지 물리치료의 이점을 고루 갖추고있는 수영이 가장 좋은 운동이며 또한 그림 그리기나 도자기등 취미생활도 몸을 많이 움직여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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