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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첨단업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국의 협박에 가까운 요구에 특별한 대책없이 물질특허·저작권 등을 개방한 우리나라는 이제 두뇌경쟁의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어느 누구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욱 불안한 소지. 내년7월 물질특허인정을 앞두고 국내 특허의 현황과 대책을 알아본다.

<지적 소유권>
특허는 지적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제도다. 남의 두뇌에서 나온 것을 허가없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좋은 제도이나 국력의 차이가 극심한 오늘날 지적 소유권의 완전개방은 산업의 예속을 초래하게 된다. 강대국은 총칼이 아닌 머리로 약소국을 지배하는 셈이다.
앞으로 외국업체는 특허권침해를 막기 위해 툭하면 소송을 걸어 국내 기업을 괴롭힐 것이 틀림없다.
구내에 출원되는 특허의 내·외국인기업포함 비율은 평균1대3. 85년 특허출원건수를 보면 내국인 2천6백70건, 외국인 7천9백16건이었다. 외국인 출원은 매년10%이상씩 늘고 있으며 등록은 더 심해 80∼90%가 외국인 것이다.
물질허가까지 도입되면 이 차이는 크게 벌어지게 된다. 이에따라 정부는 국내 기업의 특허에 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특허관리 전담부서의 설치를 유도하고 있다.
특허 정보의 활용, 권리행사 강화를 통해 피해를 예방하려는 것이다. 현재 2백80여 업체에 전담부서가 있는데 연말까지 5백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질특허>
물질특허의 도입으로 제약·화학업계는 황무지에 던져진 어린이와 길은 신세가 됐다. 국내 산업계는 신물질 개발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개발 신약이 하나도 없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국내 산업계는 물질특허의 일괄 도입은 외국에의 기술예속을 불가피하게 만들어 기업의 연구개발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있다.
우리는 기술수준면에서 원료를 수입, 완제품을 합성하는 단계인데다 농약·의약 등 정밀화학이 화학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로 기반이 취약하다. 반면 스위스 90%, 서독은 70%에 달한다. 그런데도 스위스는 1인당국민소득이 1만3천8백85달러인 79년에야 물질특허를 도입했다.
2000년대에 꽃피울 유전공학분야는 더욱 심하다.
83∼85년 이 분야의 외국인 특허출원은 2백86건인데 내국인은 5건에 지나지 않았다.
또 정부는 부다페스트조약에 가입할 예정이어서 미생물이용도 제약을 받게됐다. 부다페스트조약에 가입하면 국제공인 미생물 수탁기관이 없는 우리는 미·영·일등 가입국에 기탁돼 특허를 받은 미생물에 대해 자동으로 국내특허를 인정해야 한다. 결국 미생물균주의 입수가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대책>
기본적인 대책은 국내의 기술개발력을 높이는 길뿐이다. 신물질의 개발확률은 1만분의1로 막대한 투자와 기술축적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스크리닝독성시험센터·유전자은행설립 등 기초 연구능력의 배양과 함께 출연연구소의 방향정립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연구소에서는 해외에서 개발된 물질의 생산공정을 바꾸는 연구, 즉 제법개발에 의한 특허가 전부였다. 그러나 물질특허는 최종물질에 권리를 주므로 제조공정을 바꿔봐야 특허를 얻을 수가 없다.
과학기술원 이달환 연구개방실장은 『이제야말로 남이 안하는 첨단연구과제를 시작할 때다. 신물질은 5년 이상의 장기대형연구가 아니면 창출될 수 없다』고 연구행정의 재검토를 역설했다.
또한 발명이 취미가 아니라 국리민복에 공헌한다는 국민적 계몽도 뒤따라야 한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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