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재배치] 평택 찬반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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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2사단 이전 예정지역인 평택시는 '환영'과 '반대'가 반반이었다.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과 미군 주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뒤섞여 있다.

평택시는 주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24일 각계 인사대표 17명을 모아 '미군기지 이전 대책위원회'구성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미군기지 이전 환영▶용산 미8군 조건부 수용, 미 2사단 반대▶미군기지 평택 이전 전면반대 등을 놓고 토론을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6년째 노점상을 하는 상인 이필덕(52)씨는 "주말이면 외출 나온 미군과 인근 수원.안성.오산 등지에서 원정 쇼핑온 내국인들이 엉켜 걷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미 2사단 이전이 가시화하면서 외지인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상가와 임대주택 등 부동산 거래도 활발해졌다. 두달 전부터 상가와 주거용 빌라들이 쑥쑥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한거풀 벗기면 평택시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쇼핑몰 입구에 상인들이 내건 '생존권을 위협하는 데모 결사반대'란 현수막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지난 20일 시민.종교단체 등 1천5백여명은 이 일대에서 '미군기지 평택확장 이전저지와 한반도 전쟁위협 규탄결의대회'를 열고 시가행진을 벌이다 대형 확성기를 동원해 집회 중지를 요구하던 상인들과 마찰을 빚었다.

평택시 상공인들은 기지 이전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경제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의류가게를 하는 金모(43)씨는 "미군이 몰려오면 그만큼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최근 상가 권리금과 보증금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역 시민단체들은 "미군기지가 있는 도시 가운데 잘 사는 곳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오히려 미군 범죄와 향락산업 확산으로 삶의 질이 악화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입장이다.

강상원(姜相源.35) 미군기지확장반대 평택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평택에는 이미 1만2천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으며 4백54만평이 넘는 땅을 공짜로 사용하고 있다"며 "미 2사단까지 옮겨오면 평택은 주한미군 대부분이 주둔하는 대표적인 해외 미군 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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