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중인 음란행위자 잡은 '용감한 시민', 용의자 숨지면서 경찰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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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에서 음란행위를 하던 40대 남성을 뒤쫓아 붙잡은 시민 두 명이 경찰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체포 과정서 호흡곤란 증세가 확인된 음란행위자가 숨지면서인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결과로 ‘제압과정에서 호흡이 약해졌다’는 소견을 냈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지난 12일 국과수로부터 음란행위 용의자 A씨(40·회사원)의 부검소견으로 제압과 관련된 사망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국과수는 A씨가 엎드린 자세로 제압된 후 이를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호흡이 약해져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에 A씨를 제압해 경찰에 넘긴 시민 B씨(32)와 C씨(30)를 조만간 불러 제압과정에서 문제점이 없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조사 후 법률검토를 거쳐 입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B씨 등은 지난달 13일 오후 8시10분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한 4층짜리 빌라 주변에서 음란행위 후 도주하던 A씨를 뒤쫓아 가 제압했다. 당시 A씨는 이 빌라 2층에 사는 여성에게 목격됐는데 B씨는 이 여성의 남편이다. A씨는 B씨가 2층 창문으로 뛰어내려 자신을 붙잡으려 하자 놀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100여m쯤 도주하다 전신주에 왼쪽 가슴을 부딪쳐 넘어졌고, 일어나 3~4m쯤 달리다 갑자기 쓰러졌다. 이때 A씨는 B씨에게 한 차례 붙잡혔는데 이를 뿌리치고 다시 3~4m를 달아나다 결국 제압당했다. B씨는 A씨 등 뒤로 올라탔고 주변을 지나던 C씨가 A씨의 다리를 잡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A씨에게 수갑을 채워 일으켜 세우는데 A씨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이 고르지 않는 등 이상함을 느꼈다. 경찰은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119구급대를 불러 A씨를 병원으로 후송했지만 A씨는 이날 오후 8시54분쯤 숨졌다. 당시 검시 결과 A씨가 사망에 이를만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행위 용의자를 붙잡기 위해 나서다 벌어진 사안인 만큼 신중히 살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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