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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에도 연애 못하는 일본 남자가 70% 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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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신주쿠 거리. [사진 이형준(프리랜서)]

출산은 만남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일본에서 정작 ‘연못남’(연애 못하는 남자)이 7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못녀’도 5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국립사회보장ㆍ인구문제연구소가 지난 6월 18~34세 미혼 남녀 5276명(남성 2706명, 여성 25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기관이 1987년부터 약 5년 간격으로 같은 조사를 반복하는 동안 이성과의 만남을 꺼리거나 제대로 된 관계 형성에 실패하고 있는 남녀의 비율은 급증했다. 30년 전 첫 조사에서 남성 48.6%, 여성 39.5%만 ‘만나는 사람이 없다’라고 대답했다. 이전 조사(2010년)에 비해서도 이 비율은 남성은 8%포인트, 여성은 10%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전체 응답자 중에서 아예 ‘이성과의 교제를 원치 않는다’라고 답한 비율도 남성의 30%, 여성의 26%를 기록했다.

만남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출산에 대한 의지도 사그라지고 있다. 희망하는 자녀 수를 묻는 질문엔 남성이 평균 1.91명이라고 답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2명 이하로 떨어졌다. 여성이 희망하는 자녀 수는 최근 2.02명을 기록해 13년 전 조사 이후 상승세가 꺾였다. 이번 조사에서 15~19년차 부부의 평균 자녀 수는 1.94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아베 총리는 현재 1.4명인 합계출산율을 2025년까지 1.8명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장래에 결혼할 생각이 있다’라고 답한 사람은 남성의 86%, 여성의 89%였다. 연구소의 인구역학연구 책임자인 이시이 후토시 연구원은 “미혼 남녀는 결국 결혼을 하길 원하지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차이로 인해 계속 미루고 있다”라며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혼자 살면서 국가의 출산율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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