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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더비 큐레이터로 나선 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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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탑 [중앙포토]

빅뱅의 탑(최승현ㆍ29)이 이번엔 소더비의 큐레이터로 나섰다. 그동안 가구 등을 수집하며 미술애호가로 알려진 탑이 세계적인 예술품 경매업체와 손잡고 ‘#TTTOP’라는 이브닝 경매를 기획한 것이다. 경매는 소더비 홍콩 가을 시즌에 맞춰 다음달 3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경매에는 추정가가 9000만 홍콩달러(약 130억원)에 달하는 총 28점의 작품이 나온다. 앤디 워홀ㆍ키스 해링 같은 서양의 유명 팝아티스트들 뿐만 아니라 김환기ㆍ이우환ㆍ백남준 등 한국 작가의 작품들도 대거 포함됐다. 경매에 앞서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탑은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신중하게 작품을 하나 하나 골랐다”며 “젊은 미술애호가의 관점에서 제가 탐나고 갖고 싶은 작품 위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먼저 작품이 가진 개념이나 철학이 얼마나 새로운지 들여다보고, 아름다움의 크기를 두 번째 기준으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소더비 역시 팝아티스트보다는 컬렉터로서의 자질을 높게 샀다. 패티 웡 소더비 아시아 의장은 “국제 경매시장에서 한국 현대미술이 높은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고, 점점 어려지고 글로벌해지는 컬렉터 흐름과도 맞아떨어졌다”고 탑과 컬래버레이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에릭 클랍튼ㆍ엘튼 존 등 본인 소장품을 기획 경매한 뮤지션들은 종종 있었지만 자신이 직접 고르고 제작에까지 참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탑은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어조로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처음에는 상업적으로 보일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젊은 작가들을 돕기 위해 개런티 없이 함께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할 단체로 아시아문화위원회(ACC)로 선정하고, 직접 아티스트 섭외에 나섰다. ACC 장학생 출신이자 친구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에게 연락해 본인이 사용하던 베개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의뢰하고, 이를 아크릴 박스에 담아 벽에 걸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식이었다. 그는 “뒤샹의 ‘샘’이나 제프 쿤스의 ‘후버’를 오마주해 현대미술에 질문을 던지고 싶은 마음에 작품 제목도 ‘자기 위한 것이냐, 자지 않기 위한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지어봤다”고 설명했다. 코헤이 나와 등 신진작가들과 이같은 방식으로 6점의 작품을 만들었다.

예술가 집안에서 물려받은 소양도 마음껏 뽐냈다. 이번 출품작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김환기의 작품을 꼽은 그는 외할아버지의 외삼촌인 김 화백 관련 에피소드도 털어놓았다. 탑은 “김환기 선생님 일기장에서 ‘거장들의 회화 안에는 음악이 있는 것 같소. 나는 어떤 노래를 부를까요. 나는 계속 그 노래를 찾아갈 것이오’라는 문구를 보고 감동한 기억이 있다”며 “저는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캐릭터를 분석해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도리어 시각적인 것들을 보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경매에 출품되는 28점 중 하이라이트 13점을 21~22일 양일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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