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우리의 신앙은 한반도의 평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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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종교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북한 핵문제로 유발된 한반도 위기 상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25일 폐막한 제 11회 참여불교세계대회는 크게 두가지의 결실을 맺었다. 첫째, 개인.명상 중심이었던 불교의 사회성.실천성을 새롭게 부각했다. 한국 불교의 국제연대가 다져진 것도 소득이다. 둘째, 세계 불교 활동가들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15개국 불교인 80여명은 '서울 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에서 절대 전쟁은 없어야 하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 공격도 없어야 한다는 것. 참석자들은 한반도의 전쟁은 곧 인류의 불행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런가 하면 천주교 전국 13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도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장 이기우 신부는 "지방분권화된 전국 천주교구가 공동 성명을 낸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한반도 위기에 대한 공감이 그만큼 확산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를 헤쳐갈 주도권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에 때론 무력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도 평화협정 조인을 촉구했다. KNCC는 "한반도 불안은 민중의 소외와 남남갈등의 원인이 된다"며 "노무현 정부는 평화체제 구축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음달 10일을 평화통일 남북공동 기도주일로 정하고, 당일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함께 사용할 공동 기도문도 작성했다.

종교인들은 현단계 위기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함께 다른 종교.시민단체와의 연계 활동도 추진 중이어서 주목된다. 일회성 선언에 머물지 않고 현실과 함께하는 종교를 지향하는 것.

다음달 3~4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발족하는 지리산평화결산추진위원회는 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 관계자는 물론 환경.시민단체, 법조인.문학인 등 각계 각층 인사가 모여 지리산 생명평화 기원 한마당과 평화통일 지리산 천일기도 9백일째 행사를 연다.

다음달 9~10일 경기도 파주 보광사에서 열리는 '2003 불교 평화포럼'에 대한 관심도 높다.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안보 비용 등을 분석하고 지혜로운 대응 방안도 모색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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