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외과 수술식 수사’ 매뉴얼, 검찰은 전담 검사 논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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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7호 6 면

D-10.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28일)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과 경찰,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법원은 전례가 없었던 새로운 법 시행을 앞두고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의 최전선에 서 있는 경찰은 지난 8일 500쪽 분량의 수사매뉴얼 제작을 완료했다. 지난 7월 만들어진 ‘김영란법 테스크포스(TF)’가 두 달간 작업한 결과다. 꼭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수사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환부만 정밀하게 도려내는 이른바 ‘외과수술식 수사’를 지향하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사건신고 접수부터 요건을 까다롭게 했다. 법상 서면신고가 원칙인 만큼 익명 제보는 받지 않는다. 신고자 본인 실명과 신고 이유를 적은 서면에 서명을 한 뒤 증거와 함께 제출할 경우만 접수한다. 신고가 들어와도 음식점, 결혼식장, 장례식장에 현장 출동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음해성 신고일 경우 무고 혐의로 수사한다. 김영란법TF 팀장인 경찰청 김헌기 수사기획관은 “명확한 증거가 확보된 사안에 대해서만 수사하지 일각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포상금을 노리는 이른바 ‘란파라치’에 휘둘려 무분별한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매뉴얼을 가지고 지난 8~9일 이틀간 전국 경찰서 수사과장, 지능범죄수사대장 등 관련 분야 간부급 수사관 600여 명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했다. 추석 연휴가 끝나는 19일부턴 경찰서별로 일선 수사관들과 112 신고 접수요원 등 총 5만여 명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부 통신망에 개설한 ‘김영란법 토론게시판’을 통해서도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김 기획관은 “TF는 10월 말까지 유지하며 법 시행 후 발생할 변수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도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검찰정은 지난 2일 전국 지방검찰청 선임 부장검사들이 모인 가운데 회의를 열고 김영란법 관련 준비상황을 점검했다. ‘청탁금지법 전담검사’ 도입 여부, 처벌 절차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확정되지는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처음 시행되는 법이므로 사건처리 절차와 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논의 중”이라며 “초기에는 혼란이 많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의 최종 해석 권한을 지닌 법원은 수도권 법원의 과태료 재판 전담 판사들을 중심으로 ‘과태료 재판연구반’을 구성했다. 김영란법상 과태료 사건은 기존 과태료 사건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사건은 행정청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의제기 했을 때만 법원에 온다. 하지만 김영란법에 의한 과태료 사건은 전부 다 법원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행정청은 비위사실 조사만 맡는다. 사건을 통보받은 법원은 재판을 통해 실제 잘못이 있는지, 있다면 과태료를 얼마나 부과해야 할지를 정해야 한다.


법원행정처 김영현 사법지원심의관은 “과태료를 어느 정도 부과할지에서부터 재판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까지 전부 다 새로 정해야 한다. 10월 중에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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