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굳히기 들어간 LG의 수호신, 임정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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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가 4위 확보를 위해 한 걸음 내딛었다. 중심에는 마무리 임정우(25)가 있었다.

15·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LG전은 두 팀은 마치 예비 포스트시즌 같았다. 전날까지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가을 야구를 향해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KIA는 양현종-헥터 원투 펀치를 내세웠고, LG도 부상에서 돌아온 허프에 이어 최근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우규민을 선발로 올렸다.

이틀 연속 매진될 정도로 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결과는 LG의 싹쓸이였다. LG는 15일 경기에서 5-3 승리를 거둔 데 이어 16일 경기에서도 3-1로 이겼다.

승리의 주역은 LG 클로저 임정우였다. 임정우는 15일 경기에서 5-2로 앞선 9회 말 등판해 1사 뒤 필에게 솔로포를 허용했다.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높게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후속타자 김주형에게도 직구가 높게 제구되면서 중견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허용했다. 합의 판정 끝에 3루타가 됐지만 자칫 홈런이 될 뻔한 상황. 하지만 임정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대타 신종길을 2루수 플라이, 강한울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튿날 등판은 위기 상황에서 이뤄졌다. 3-1로 앞선 8회 셋업맨 김지용이 최원준과 김주찬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2루에 몰리자 마운드에 올랐다. 큰 것 한 방이면 역전될 수 있는 상황. 임정우와 유강남 배터리는 이범호를 상대로 과감한 볼배합을 가져갔다. 146㎞와 145㎞ 빠른 공으로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3구째 곧바로 커브로 승부를 걸었다.

루킹 삼진. 임정우는 9회 필·김주형·김호령을 3루 땅볼-우익수 플라이-중견수 직선타로 처리하고 이틀 연속 승리를 지켰다. 시즌 27세이브. 임정우는 "시즌 막바지라 모두 지쳐있지만 '어제와 오늘 중요한 경기니 힘들어도 더 집중하고 힘내자'고 했다. 개인적으로 어제보다 오늘 더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임정우는 2011년 데뷔 후 여러 보직을 맡았다. 선발은 물론 승리조, 패전조 등을 두루 경험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마침내 풀타임 마무리라는 중책을 맡았다. 시즌 초반 활약을 펼치던 임정우는 6월 들어 5번이나 패전을 기록하는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양상문 LG 감독은 임정우에게 계속해서 신뢰를 보냈다. 임정우는 7월부터 회복세를 보이더니 치열한 순위싸움이 벌어진 8월에는 평균자책점 0.79를 기록하며 8개의 세이브를 수확했다. 9월에도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포수 유강남은 "(이범호 타석에서)2스트라이크를 직구로 가져갔기 때문에 제대로 커브만 구사되면 잡을 자신이 있었다. 정우 형도 사인을 믿고 던져줬다"고 말했다. 그는 "필 타석에서는 전날 변화구만 3개를 던졌는데 오늘도 초구 포크볼 사인을 냈다. 그런데 정우 형이 직구를 원해 초구는 직구로 승부하고, 커브(2·3구)로 승부를 봤다"고 말했다.

2005년 30세이브를 기록했던 우규민은 "평소 정우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굉장한 친구다. '자신을 믿지 못하면 쉽지 않다'는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했다. 그는 "정우는 구위가 뛰어나고 멋진 공을 갖고 있는 투수다. 어디까지 발전할 지 나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잠실=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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