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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의 실리콘밸리 통신] 가열되는 우주전쟁…베조스, 머스크가 쌍두마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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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블루오리진의 뉴세퍼드 우주선은 지상에서 약 100㎞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발사 지점에서 2m 떨어진 지점에 다시 착륙했다. [사진=블루오리진]

추석 밤하늘 휘영청 밝게 떠오를 보름달.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가 바로 이 달에 착륙하면서 인류의 우주개발 산업은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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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7년이 지난 지금 우주개발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혁신가들이 뛰어들면서 우주산업은 더 이상 정부·항공우주국(NASA)의 전유물이 아닌 스타트업의 '창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우주전쟁'의 쌍두마차는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와 전기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다.
둘은 각각 우주산업 기업인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지난 13일 '뉴 글렌'(New Glenn)을 공개했다. 우주인·화물을 저지구궤도(고도 160~2000㎞) 너머로 보낼 상업용 우주선의 새 보조추진로켓으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베조스는 “뉴 글렌의 발사는 수백만 명의 인류가 우주에서 살고 일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중요한 첫 도전”이라고 말했다.
블루오리진은 지난해 9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2억 달러를 투자해 로켓 제조와 발사 시설을 갖춘 우주 탐사파크(Exploration Park)를 건립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블루오리진이 단기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분야는 우주 관광사업이다. 대기권 근처에서 우주·지구를 살펴보고 무중력 체험을 한 뒤 지구로 돌아오는 코스다. 장기적으로는 화성 개발이라는 장대한 꿈을 꾸고 있다.
베조스는 지난 4월 LA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우주에서는 24시간 태양 에너지를 가동할 수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중공업 공장을 전부 우주로 옮겨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지구에 남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공장은 우주에 보내자는 게 베조스의 생각이다.

블루오리진의 라이벌인 스페이스X는 유인수송, 우주 물자 보급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12월 우주로 쏘아 올린 1단계 추진 로켓을 회수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 4월에는 최초로 바다 위 무인선에 착륙시키는 등 지금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로켓을 회수했다.
머스크는 지난 6월 “2024년에 화성행 유인 우주선을 발사해 2025년 착륙하는 계획을 세웠다”며 “만약 죽을 장소를 고를 수 있다면, 화성이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화성으로의 로켓 발사를 여행 차원이 아닌 이주 차원의 식민지 개척 계획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른 IT기업들도 우주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구글은 '플래니터리 리소스'를 설립해 우주항공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고, MS 공동창업자 폴 앨런도 우주개척을 목표로 '스트래토론치 시스템스'를 창업했다.
메이드인스페이스ㆍ딥스페이스인더스트리즈 등은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취하는 우주광산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파이어플라이 스페이스 시스템은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 위성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만 10여 개의 스타트업이 우주산업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인류의 활동 영역이 지구에서 우주로 뻗어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도 덩달아 늘고 있다. 방위산업 컨설팅업체 타우리그룹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40개 이상의 벤처캐피털이 우주산업 관련 스타트업에 약 20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주산업은 현재 뚜렷한 선두주자가 없는 '블루오션'이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장기간 투자해야하지만, 일단 시장을 선점하면 막대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산업 다방면에서 인공위성에 대한 활용이 늘어나면서 이의 '확장판'격인 우주산업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1960∼70년대 우주개발 황금기에 유년시절을 보낸 이들에겐 우주개발이 일생의 꿈인 경우가 적지 않다.
머스크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품고 살았다.
베조스는 고등학교 졸업 연설에서 우주개발 꿈을 피력할 정도로 우주에 관심이 많았다.

그간 정부의 입김 아래 경직적으로 운영되던 우주산업은 실리콘밸리 출신 혁신 기업가들이 전면에 나선 이후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타우리그룹은 “앞으로 우주개발은 민간기업이 전면 주도하고, 나사 등은 민간 우주산업에 기술ㆍ인력을 공급하는 새로운 역할을 찾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14일 블룸버그ㆍ새너제이머큐리 등 외신은 최근 몇년새 우주산업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여럿 등장했고, '로켓 재사용'에 잇달아 성공하며 우주산업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전했다. 로켓 재사용은 지금까지 한번 쏘고 버려야했던 값비싼 부품을 로켓을 회수·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사비용을 최고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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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스페이스X가 발사한 팰컨9 우주선의 1단 로켓이 대서양에 떠있는 무인선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스페이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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