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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입덕하였느냐? ‘도리안 그레이’ 김준수 뮤지컬 관람기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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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연계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창작뮤지컬은 ‘도리안 그레이’다. 19세기 유미주의 소설로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영국의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가 영원한 아름다움을 향한 탐욕으로 자신의 초상화와 영혼을 맞바꾸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흥행 보증수표 김준수가 또 한번 창작뮤지컬에 도전해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믿고 보는 배우 박은태·최재웅의 만남, 이지나·김문정·조용신 등 최고의 제작진이 뭉쳤기에 개막 전부터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프리뷰 공연이 시작되고 또 한편의 준수의, 준수를 위한, 준수에 의한 뮤지컬이 탄생했다는 후문이 들려왔다.

티켓도 구하기 힘들다는 김준수 뮤지컬, 연일 화제가 되는 ‘도리안 그레이’. 그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TONG기자들이 직접 보고 왔다. 이 작품은 TONG기자들에게 어떤 큰 자국을 남겼을지 솔직한 감상평을 그대로 전한다.

<공연 관람자>

한은정 JYJ, XIA, 가수 김준수부터 뮤지컬배우 김준수까지 일 때문에 참 많이 봤지만 관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뮤지컬을 본 건 몇 번 되지 않는 취재기자.(‘피켓팅’ 싫어요!)
*피켓팅: 티켓 예매 경쟁이 피 튀긴다는 뜻에서 생긴 신조어

전민선 동방신기에서 가장 좋아했던 멤버는 시아준수. 프레스콜에서 본 것 외에 실제로 김준수 뮤지컬은 처음 보는 영상기자.

강희영 특정 연예인을 깊이 좋아해 본적 없으나 이번 공연 한 번에 절로 입덕이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한 청소년기자.

전수민 가수 최애 김준수. 하지만 그의 공연은 실제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청소년기자.


‘도리안 그레이’를 직접 본 소감은?

한은정 2013년 워크숍 시범 공연 때부터 찜해놨던 작품이야. 마음 속으로 점쳐놨던 배우도 있었지. 씨제스컬처가 제작을 맡고 김준수가 합류하며 모든 게 달라졌어. 중극장에서 대극장 공연이 됐고 내가 상상했던 ‘도리안 그레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극이 되었어. 하지만 공연을 보고난 후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상상했던 ‘도리안 그레이’가 떠오르지 않아. 어려운 원작을 무대에 올리는 제작진의 고민이 이해됐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도 충분히 느껴졌어. 박은태가 고음이 아닌 저음도 잘 부른다는 걸 알게 됐고, 최재웅의 따뜻한 눈빛 연기도 빛을 발했지.

전민선 도리안 그레이는 누군가가 그리는 그림의 피사체로, 그 화가의 뮤즈가 될 만큼 아름답잖아. 그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확실한 사람이고. 하지만 그림 속의 자신이 현재 자신의 모습이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늙고,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괴로워하는 데에선 나약한 면모가 보여 연민이 느껴져.

강희영 공연 보기 전 원작을 읽을 시간은 없어서 정보 검색을 했어. 다들 원작이 철학적이라고 해놔서 ‘재미’는 포기하고 ‘김준수’라는 연예인과 청소년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비싼 뮤지컬을 본다는 데 의의를 뒀지. 그런데 김준수뿐만 아니라 뮤지컬 자체가 너무 좋았어. 진지하면서도 중간 중간 옥스퍼드 클럽신을 넣어 웃음을 유발해 재밌게 볼 수 있었지.

전수민 대형 뮤지컬을 이렇게 앞자리에서 본 건 처음인데 그게 ‘도리안 그레이’라니 난 행운아! 창작뮤지컬이라고 해서 많이 궁금했고 재미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기대이상으로 좋았어.


소문만 듣던 김준수 뮤지컬 실제로 보니 어땠는지?


한은정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최적화된 배우답게 이번에도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로 변신 성공. 김준수 팬이라면 무조건 봐야 한다. 꼭 봐라, 두 번 봐라! 아름다운 남자 타이틀에 어울리기 위한 그의 노력이 보이거든. 백발에 가까운 금발 머리를 하고 아름다운 옷이란 옷은 다 입고 나오고. 심지어 가운을 입었다가 상반신을 탈의하며 등근육도 공개해. 김준수가 피를 토하며 노래하고, 절규하고, 오열하며 무용도 해. 솔로콘서트처럼 칼군무도 보여주고, 순수함·요염함·섹시함·퇴폐미까지 한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매력을 다 발산했지. 팬들이 상상했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그를 위한 공연이었어.


전민선 동방신기 시절의 시아준수를 좋아했던 그때부터 ‘준수 목소리를 한 공간에서 들을 수 있었으면….’, ‘공연장의 맨 끝 구석에 앉더라도 같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면….’ 이런 생각을 했어. 그런데 무대와 가까운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다니! 지금도 믿기질 않아. 도리안 그레이 역할에 누구보다 잘 어울렸어. 아름답고 순수한 소년의 모습일 때는 미성의 목소리가 캐릭터를 잘 살려줬고, 마약에 취해 이끌리는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연기할 때는 미성에 쇳소리가 더해져 확실한 반전을 보여줄 수 있었지. 준수 콘서트를 못 본 1인으로서 ‘준수 콘서트+준수 뮤지컬’을 한 번에 본 것 같은 느낌이었어.


강희영 김준수에 대한 관심이 1도 없었고, SNS에 ‘드라큘라’, ‘데스노트’ 공연 후기가 올라오면 대충 읽어볼 뿐이었어. 하지만 뮤지컬을 본 후 ‘이런 게 입덕인가?’를 느끼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 노래는 물론이요, 극한의 감정선도 잘 처리하는 게 인상적이었거든. 팬들 덕분인 줄만 알았던 ‘티켓 파워’가 팬뿐만 아닌 그의 훌륭한 연기와 노래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기 때문이라고 인정하게 됐어.


전수민 동방신기 때부터 시아준수만 죽어라 팠는데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야. 눈 앞에서 직접 영접하니 기절하는 줄 알았지. 김준수 뮤지컬을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그 염원을 풀었어. 허스키하면서 가는 목소리가 뮤지컬에서는 어색하게 들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는데 기우였어. 캐릭터에 빠져 관람하다 보니 그 목소리가 오히려 더 드라마틱하게 느껴졌고, 김준수의 가창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됐어.


도리안 그레이에서 가장 좋았던 것?


한은정 창작뮤지컬 초연은 쉽지 않은 공연이야. ‘도리안 그레이’도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꽤 잘 만든 작품이지. 배우들의 열연·대본·연출·음악·의상 등 어느 하나 ‘완전 별로야~’ 소리는 안 나오는 게 좋았어.


전민선 영상과 무대의 자연스러운 조화가 인상적이었어. 캐릭터가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이나 파티 장면 부분에서 무대 앞쪽에 영상을 비춰주는 얇고 투명한 막이 내려오거든. 무대와 공간을 분리해주고 그 사이에 있는 캐릭터의 감정을 더 잘 드러낼 수 있었어.


강희영 도리안 그레이와 시빌 베인이 사랑에 빠져 계단 위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과 1막 끝부분, 도리안 그레이가 본격적으로 타락에 빠지게 되는 장면을 김준수만의 춤으로 승화한 부분이 제일 좋았어. 우선 시빌 베인과의 장면에서는 그 후에 볼 수 없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청년 도리안 그레이를 본인이 사랑하는 여인을 통해 더 잘 드러냈던 것 같아 끝까지 여운이 남았지. 극 중 달달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든데 사랑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도리안 그레이의 아름다운 모습이 제일 잘 드러났거든. 1막의 마지막은 김준수 콘서트를 보는 느낌! 그냥 좋았어, 하하.


전수민 일단 주인공이 내 가수라 좋았어. (너무 덕내나나? 어쩔 수 없음) 외국의 뮤지컬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만든 창작뮤지컬이라는 점이 크게 다가왔어. 뮤지컬을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읽어보고 싶을 만큼 빠져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야.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욕망으로 인해 타락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잘 표현했고, 배우들의 무대 장악력에 압도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어.


‘도리안 그레이’의 킬링파트는?


한은정 커튼콜! 이 공연의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았어. 그냥 배우들이 메인 노래를 부르고 인사를 하는 게 아니라 극의 연장선상 같았어. 커튼콜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아련한 감정, 치유되는 기분을 느꼈어. 무엇보다 도리안 그레이가 구원을 받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져. 커튼콜 연출은 김준수의 아이디어였대. 공연 시간 때문에 자를 수밖에 없었던 넘버를 커튼콜에서 함께 부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는 거야. 하마터면 ‘도리안 그레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못 들을 뻔 했네.


전민선 단연 1막 마지막쯤에 나온 준수의 박력 있는 안무!!!!!!! 반짝이는 조명 아래 여러 명이 춤을 추는데 준수밖에 안 보이더라. 원래 팬들 사이에서도 춤 선이 예쁘기로 소문이 나 있지만 그걸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니.. 뮤지컬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킬링파트라고 하는 것은 모순일 수 있겠지만 나 말고도 그렇게 생각하는 관객들 꽤 많을 걸? 춤에 정신이 팔려 그 순간에는 깊게 생각 못했지만 도리안 그레이가 순수하던 모습에서 탐욕과 세상의 유혹들에 휩싸여 있는 모습으로 변한 걸 잘 표현한 부분인 듯해. 연출님이 준수가 캐스팅되자 오감을 채워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 무용을 강화했다던데… 감사합니다.(꾸벅)


강희영 도리안 그레이가 ‘또 다른 나’를 부르며 나온 장면. 도리안 그레이의 내적 갈등이 가장 절정에 도달한 신이야. 두 개의 암막에서 영상이 나오고 암막 뒤에서 김준수가 연기를 하지. 근거리와 원거리에서 복잡한 도리안 그레이의 내면을 표현함으로써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 사실 ‘도리안 그레이’의 킬링파트는 모든 부분이 킬링파트이지 말입니다.


전수민 1막이 끝날 때 김준수와 댄서들의 칼군무. 촬영해서 소장하고 싶은 심정이었어. 지금도 마음속으로 계속 곱씹고 있지.


재연을 한다면 어떤 점을 고쳤으면 좋겠는지?


한은정 흐름이 갑자기 바뀌며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기도 해. 캐릭터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캐릭터 변화를 자연스럽게 바꿔줬으면 좋을 것 같아. 과도한 영상과 댄스 장면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고. 너무 콘서트스러운 느낌을 덜어내는 건 어떨까? 무엇보다 공연장을 바꿨으면 좋겠어. 성남아트센터는 무대가 너무 멀어 1열에 앉아도 멀게 느껴지거든.


전민선 재연을 한다면 서울에서 했으면 좋겠어. 한번 보고나니 또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너무 멀어서 주저하게 되거든. 공연이 밤 11시에 끝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많이 불편할 것 같아.


강희영 시빌 베인의 분량이 조금 많아졌으면 좋겠어.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달달한 사랑 장면이 많지 않아 아쉬웠거든. 또 도리안 그레이가 타락해가는 과정이 너무 급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개연성을 조금 더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아름답게 살아가는 장면을 조금 더 추가한다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올 듯.


전수민 한 가지 아쉬운 점을 뽑자면 시빌 베인의 동생 샬롯이 언니의 복수를 위해 무도회장에서 도리안 그레이를 유혹해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장면이야. 무도회장 안의 상황과 밖의 상황을 스크린에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기발하고 신기했지만 그 과정에서 시선이 분산되고 약간 집중력을 흩트리게 했거든. 과한 영상은 줄여도 좋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한은정 초상화가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 무대에 나오는 초상화가 너무 예뻐. 내가 팬이라면 갖고 싶을 것 같은데 MD로 내달라. (내가 갖고 싶은 것 아님)


전민선 살면서 뮤지컬은 4번, 대극장 공연은 2번 본 게 다인 ‘뮤알못’이라서 이번 공연은 굉장히 신선하고 좋았어. 웅장한 스케일도, 화려한 의상, 박력 있는 안무도, 아직도 귓속에서 계속 맴도는 노래들도. 창작 뮤지컬 초연이라서 아쉬운 점도 많다지만 그저 좋았어. 이 뮤지컬이 ‘도리안 그레이’라는 낯선 인물에 대한 이야기고, 그 안에 담긴 의미나 뜻이 무거울 수도 있었지만 극을 차분하게 풀어나가서 관객 입장에선 자신의 느낌과 의미를 찾아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


강희영 ‘도리안 그레이’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는 것 같아 기뻐. 여러 사람들이 노력해서 만든 작품을 팬들만 보는 건 아깝다며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했기에…. 김준수 오빠(이제 오빠가 되었...)의 공연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대학에 들어가고 마음 편히 볼 수 있게 그때까지 꾸준히 재연, 삼연 계속되었으면 좋겠어.


전수민 뮤지컬을 보고 김준수에게 뼈를 묻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뮤지컬이 청소년들이 보기에 가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거든. 앞으로 돈을 찔끔찔끔 쓸 게 아니라 모아서 뮤지컬을 봐야겠어.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제공=씨제스컬쳐
동행취재=강희영·전수민(태원고 2) TONG청소년기자, 전민선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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