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직선제 반대론|권력집중 따라 독재화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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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나라의 직선 대통령제는 헌정사상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는데서 이 제도의 반론은 대체로 출발하고 있다.
대통령제의 장점으로 꼽히는 안정과 능률은커녕 대통령의 권력강화와 독재화로 인해 야당은 줄곧 반 독재 투쟁을 벌이기 일쑤였고,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안정은커녕 만성적인 정국불안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권력형 부패니, 특혜니 하여 능률보다는 부패와 부작용이 더 많았다고 평가한다.
지난 63년의 대통령선거에서 15만여표 차로 낙선한 야당의 윤보선 후보가 『나는 정신적 대통령』이라고 말한 데서도 나타나듯이 패자가 승복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성이 너무나 크다는 지적도 있다.
집권세력이 모조리 승리한 우리 헌정사의 6번의 대통령 직접선거에서 야당은 비록 선거결과에 대한 무효화투쟁을 벌인 일은 거의 없지만 자기들의 패배를 후보의 급서 등 불운으로 돌리거나 부정선거 탓으로 몰아세웠다.
이 같은 사실에서 대통령직선제 반대론자들은 『직선제가 정통성 확보의 지름길』이라는 찬성론에 대한 반론의 근거를 삼고있다.
대통령중심제란 엄격한 3권 분립 하에 대통령이 행정권의 수반으로서 임기동안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특색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는 대통령의 소신 있는 국정운영으로 여러 가지 국가적 난제들을 해결하는데 그 어떤 제도보다도 유리하다는 점에는 견해가 일치되고 있다.
특히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도 남북대치와 경제개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중심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상당한 지지를 받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중심제 반대론자들은 그러한 주장은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것이라며 우리의 정치문화에서는 아직까지 본래의 취지대로 대통령 중심제가 꽃피울 수 없다는데서 첫 번째 반론의 근거를 찾고있다.
물론 찬성론자들은 『우리 나라에서 이 제도가 실패한 것은 제도 자체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헌정기간의 대부분을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했던 결과 그 폐해를 뼈저리게 겪고서도 앞으로 「훌륭한 대통령이 나오면 된다」고 여기는 것은 너무 안이한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론자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논거는 우리 사회가 각 분야별로 변화했기 때문에 남북대치나 경제개발에 대처하는 접근방법에도 사고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정치문화를 보면 삼국통일 이후 중앙집권제를 유지해 온데다 특히 조선조 5백년간은 유교숭상에 따른 권의 주의가 곳곳에 토착화돼 권력만능 풍토에 물들어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풍토 속에 대통령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보강하는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면 어차피 대통령 1인에게로 권력이 집중되고 결국 독재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수 십 년을 생활한 이승만대통령이 독선으로 기울게 된 것을 보면 인물보다도 제도자체에 그 요인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독재 방지를 위한 제어장치, 예를 들어 사법부의 위헌 심사권 같은 것을 두면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론자들은 『그러한 제어장치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시키러 든다면 그 순간부터 대통령중심제의 장점은 잃고있는 것』이라고 반론을 펴고있다.
특히 직선에 의한 대통령인 경우에는 「내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는 독선에 빠져 「민선 황제화」돼 제도로 아무리 통제를 하려고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우리사회가 다원화돼 각각의 이익을 주장하는 계층이 늘어났다는 점도 대통령 중심제 반대의 중요한 논거다.
즉 각 직능단위에서 유능한 인재의 축적이 이루어졌으므로 「1인 통치」보다는 이들을 활성화시키는 게 전체적인 국가발전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발전면은 말할 것도 없고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의 유고 등을 감안할 때 안보 면에서도 장점이 있다는 논리다.
특히 다원화된 이익계층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정당 및 의회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는 그렇게 될 소지가 적다는 지적이다.
여당은 「눈치정당」이나 「시녀정당」으로, 야당은 「투쟁정당」으로 각각 고착화되기 쉽다는 것.
이밖에 강력한 대통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기구가 필요하게되므로 낭비적 요인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거느린 방대한 비서실·경호실이나 이들 기구가 낳은 부작용 등이 앞으로 재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의 정치적 목표나 야심에 따라 비공식적으로 정치자금을 조달하고 특정기업에 혜택을 주는 등의 권력형부패가 일어날 우려도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국민에게 봉사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관료들이 오로지 「한 곳」의 눈치를 살피는 나머지 불필요한 행정의 비밀주의와 서로 점수를 더 따려는 행정부내부의 자체경쟁 등 폐단을 일으킬 가능성이 허다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통령직선제에 대한 반대론은 대통령 중심제 자체보다 그 정도가 훨씬 강하다.
과거의 경험이나 앞으로의 양상을 예견할 때 이 제도만은 택할 수 없다는 게 민정당의 기본방침이기도 하다.
직선제 반대론은 우선 선거과정에서 「공약」남발의 우려가 지적된다.
단 한번의 선거로 대권이 결정되므로 표를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언질을 준다는 것이다. 역대 선거에서 공약이 된 공약은 수없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60년 3·15선거에선 여야가 다같이 『농어촌 고리채를 탕감해주겠다』고 공약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공약이 됐다.
두 번째는 「승자독식」으로 인해 후보자들이 「우선이기고 보자」는 식으로 될 수밖에 없어 선거분위기가 혼탁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63년 선거 때 「사상논쟁」은 이를 갈 반영해주고 있다.
세 번째는 지금과 같이 여야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식으로 대치하고 있고 「다른 목적」을 가진 세력이 상존 하고 있는 마당에 수십만에서 백만명이 모이기까지 하는 유세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일부 지역에서 기피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이는 반대지역에 파급효과를 줄 우려가 있으며, 심한 경우 특정후보에 불상사라도 일어난다면 정국은 걷잡을 수 없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반대논거는 선거과정에서 「증오」가 생기다보니 선거 후 승자가 상대방에 박해를 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화해를 통한 정국운영이 어렵다는 점이다. 71년 선거 후 그런 현상이 잘 드러났고 앞으로의 상황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지역감정의 차원을 넘어선 「지역전쟁」 △엄청난 선거비용 등도 대통령직선제를 채택할 수 없다는 현실적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결국 대통령 중심제에 대한 비판논리는 『이 제도가 우리에게 익숙하므로 이를 유지하되 단점을 보완시켜 나가면 된다』는데 맞서, △익숙한 것이라고 해서 우리 풍토에 안 맞는 제도를 고집할 수 없으며 △보완책 마련이 의원내각제처럼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 귀착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제도를 채택하고있는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실패를 겪고 있는데 우리가 미국과 같은 정치문화나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이제 덮어두고 새로운 정부형태를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 그럴만한 요건도 갖추었다는게 직선 대통령제 반대론자들의 시각이다. <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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