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창업자 함태호 명예회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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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창업자 함태호 명예회장

오뚜기 창업자인 함태호 명예회장이 12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함 명예회장은 함경남도 원산 출신으로 경기고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69년 ‘식품보국(食品輔國)’을 내세우며 오뚜기의 전신인 풍림상사를 창업했다. 73년 오뚜기식품공업으로 이름을 바꾼 뒤 96년 주식회사 오뚜기로 다시 사명을 바꾸었다. 2010년에는 아들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회사를 맡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오뚜기는 올 상반기 진짬뽕 등을 앞세워 매출(1조36억원)과 영업이익(760억원)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에 매출 1조원을 넘긴 것은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오뚜기 하면 카레가 떠오르는 건 '카레 전도사'를 자처한 고인의 노력 덕분이다. 60년대 후반까지 한국에는 국산 카레 제품이 없었다. 40년대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일본 카레가 있었지만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고인은 이를 안타깝게 여겨 국산화를 결심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69년 국내 기술로 만든 최초의 카레인 ‘오뚜기 분말 즉석카레’가 출시됐다.

오뚜기는 카레를 시작으로 국내 입맛에 맞춘 다양한 식품을 선보여왔다. 토마토 케첩(71년)은 물론 마요네즈(72년)도 오뚜기가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한 대표 상품이다. 80년대 케첩과 마요네즈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글로벌 식품 기업인 CPC·하인즈사가 한국에 진출했지만 오뚜기에 막혀 철수했다.

국민 식생활 개선을 통해 국가사회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함 명예회장은 2011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당시 그는 “다국적기업과 경쟁이 치열했지만 우리 시장을 지켜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왔다”며 식품보국의 철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고인이 단지 성공한 사업가였던 것만은 아니다. 남몰래 선행을 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2년부터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를 심장재단을 통해 지원해왔다. 이를 통해 4242명이 새생명을 얻었다. 지난해 11월에는 3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을 장애인복지재단인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고인께서는 평소 기부를 자주하면서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를 지론을 펴왔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족으로는 아들 영준, 딸 영림·영혜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6일 오전이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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