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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정 장기 밀매 총책 도피 8년 만에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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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장기이식 수술 흐름도. [사진 부산경찰청]

장기 이식을 희망하는 국내 환자들에게 접근해 돈을 받고 중국에서 장기 이식 수술을 알선한 총책이 도피생활 8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장기매매알선 혐의로 김모(43)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김씨는 2006년 6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장기 이식 환자 모임을 가장한 장기매매 알선 카페를 개설해 만성신부전증, 간암, 중증심장병 환자들에게 접근한 뒤 중국 현지에서 87차례에 걸쳐 60억원 상당의 불법 장기 이식 수술을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6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2006년부터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범행하다가 2008년부터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중국에서 도피생활을 하면서 범행을 계속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다 지난 6월 경찰에 자수의사를 밝혔고, 경찰은 김씨를 설득해 중국 상하이영사관에 자진출석시켜 지난달 김해공항에서 붙잡았다. 앞서 경찰은 2011년 11월 김씨와 범행을 공모한 중국 현지와 국내 알선 브로커 4명을 적발했다. 경찰은 당시 이식환자 94명 중 사망한 4명을 제외한 90명은 병세가 중증인 점 등을 감안해 형사처벌을 하지 않았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현황에 따르면 간 이식 받기를 희망하는 국내 환자는 4000여 명, 신장의 경우 1만7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 환자가 이식받기까지의 평균 대기기간은 각각 244일, 1822일이 걸린다. 이 때문에 김씨는 촌각을 다투는 환자가 이 같은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점을 노렸다.

김씨는 알선 카페를 개설해 장기 이식이 최후의 수단인 만성신부전증이나 간암 환자들에게 접근했다.

김씨는 ○○장기이식센터, ○○이식 환우회 등으로 카페 이름을 바꿔가며 ‘강실장’이라는 별명으로 카페 활동을 했다. 김씨는 카페에 가입한 환자를 상담하면서 구체적인 수술 일정과 장소 등을 관리하며 범행을 주도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중국 현지 병원에서 조달한 사형수와 사고로 사망한 중국인의 장기로 이식 수술을 알선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에서 중국인의 장기를 외국인에게 이식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자 국내 환자를 중국인으로 속여 장기 이식 수술을 알선하기도 했다.
경찰은 김씨를 조사해 죽은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뿐만 아니라 산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는 생체이식 수술 사례도 6건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는 장기기증자가 거의 없고 이식 희망 대기자가 많은 사실을 악용한 범행”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011년 이후 김씨가 알선한 장기 이식 수술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집중 수사하고 있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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