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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 중대 조치" 북 "끝장 볼 때까지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추가 제재를 위해 새 결의안 마련에 착수했다. 안보리는 9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15개 이사국이 참가한 비공개 긴급회의를 연 후 언론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북한의 도발이 안보리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이뤄졌다”며 “이전 결의안에서 밝힌 대로 ‘중대한 추가 조치’를 위한 작업에 즉시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 “이번 북한의 행위와 그 위반의 심각성을 고려해 안보리는 즉각적으로 ‘유엔헌장 41조’에 따른 적절한 조치에 착수한다”고 명시했다. ‘안보리는 결정을 집행하기 위해 병력 사용을 수반하지 않는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결정할 수 있으며 회원국에 조치를 적용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의 41조가 언급된 의미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안보리 결의를 추진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추진하겠다’고 못 박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5차 핵실험에 유엔 새 제재 결의안 착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실험은 또 하나의 뻔뻔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가능한 한 가장 강한 용어로 비난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성명에서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나는 미국인을 보호하고 국제사회가 북한의 도발들에 상응하는 결의와 비난으로 대응하도록 이끌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리는’이란 표현 대신 ‘나’라는 1인칭 표현을 사용한 건 군 최고사령관으로서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미로 해석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북한 핵실험 관련 성명엔 없었던,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의미하는 ‘확장억제 제공’이란 표현도 처음으로 명시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대북 독자 제재에 포함됐던 핵·미사일 기술 관련 일본 재입국 금지 대상자와 자산동결 대상 개인·기업의 확대를 검토 중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에서 “북한 핵실험은 북한의 정치안전을 보장해주기보다 오히려 북한을 점차 질식하게 하는 독성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의 사드 배치와 북한 핵실험이 모두 동북아 정세를 더욱 혼란하게 하고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 것”이라고 한국과 북한 모두를 비판하는 내용도 실었다.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서도 북한은 ‘마이 웨이’를 선언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9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국경절 68주년 경축연회에서 “핵보유국의 지위에 맞게 대외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10일 기사에서 “수소탄 시험(4차 핵실험을 의미)을 기점으로 하는 새 단계의 핵 무력 강화 계획을 끝장을 볼 때까지 주저 없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핵전쟁 억제력을 갖춘 조선의 전략적 지위를 바로 보지 못하고 무모한 전쟁훈련과 악랄한 제재소동에 매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비상체제를 이어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0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대책회의에서 “더 강력한 제재와 압박, 확장억제를 포함한 한·미 동맹의 억지력 강화를 통해 북한이 고통을 느껴 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전날 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에 이어 10일 오전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과 통화하며 공동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편 북한 핵실험은 미국 대선의 쟁점으로도 부상할 조짐이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모두 핵실험을 규탄하면서도 상대방 공격의 수단으로 삼았다. 클린턴은 9일 성명에서 “핵무기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일 대통령이 필요하다. 동북아에서 핵보유국이 많아지면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며 트럼프가 미국 방위 부담을 덜기 위해 꺼낸 ‘한·일 핵무장 용인론’을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는 “이번 핵실험은 클린턴이 국무장관을 맡았던 이래로 네 번째”라며 “실패한 국무장관이 초래한 또 다른 큰 실패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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