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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북 핵탄두 소형화 예상보다 빠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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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정보원이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관련 “예상보다 핵 소형화 속도가 빠르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이병호 국정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정보위 긴급현안보고에서 “북한의 목표는 스커드 미사일에 장착할 정도의 크기로 핵을 소형화해 개발하는 것”이라며 “그 목표가 당초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완영,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전했다.

스커드·노동·무수단·SLBM 쏜 뒤
핵실험 통해 미사일 탑재능력 과시
실험 주기 3년서 8개월로 짧아져

핵무기 3대 요소는 ▶핵물질 ▶운반체계(미사일) ▶기폭장치(핵탄두를 폭발시키는 장치)다. 핵물질은 핵무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원료로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이 대표적이다. 북한은 2010년 말 이후 연간 최대 40㎏의 HEU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임만성(원자력양자공학)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북한이 예전에 3년 주기로 핵실험을 한 것은 핵물질을 아끼고 기술적 진보를 갖춘 뒤 실험을 하기 위해서였다”며 “핵실험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과 영변 원자로를 통해 충분한 핵원료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운반체계(미사일)까지 갖춰 가고 있다. 지난 2월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북한은 스커드·노동·무수단 미사일은 물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연이어 발사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의 집권 18년 동안 발사한 탄도미사일(16발)의 두 배가 넘는 30여 발의 미사일 발사실험을 올해에만 집중했다. 발사 방법도 고각발사(정상보다 높게 발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다양한 발사체(미사일) 실험을 먼저 한 뒤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가 완성됐다고 주장한 것은 다양한 발사체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마지막 기폭장치를 갖추기 위한 소형화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 국정원의 우려다.

기폭장치를 미사일 탄두에 탑재하려면 핵을 500∼600㎏으로 소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군에 따르면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스커드 770∼1000㎏, 노동 700㎏, 무수단 65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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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날 핵무기연구소 명의의 성명에서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아직 북한이 소형화 완성 단계까진 이르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올 들어 발사한 미사일 발사실험에서 공중 폭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며 “처음엔 발사 실패라고 여겼지만 표준화된 핵탄두 탑재를 위한 의도적인 공중 폭발일 수 있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국정원도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핵탄두를 미사일에 탑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걸 또 무기화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라며 “1~2년 내 된다고는 보이지 않지만 정보 당국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이른 시일 내 무기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용수·박성훈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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