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학교 학부모에 이색 가정통신문|「올림픽모자」를 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호돌이」모자가 동심을 울린다.
사쓰고 오지 않았다고 담임선생님이 야단치고 벌까지 준다.
「88올림픽」을 파는 별의별 상품광고가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서울의 일부 국교에서 보통 운동모자 (5백원)보다 두배값인 1천원짜리「호돌이」마크가 달린 운동모자를 모든 어린이들에게 사 쓰도록 강요, 학부모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호돌이」모자 강매는 각 학교의 단독 결정이 아니라 문교부의 「협조」공문 지시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공문은 국민학교 뿐 아니라 중·고교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어 곧 전국 초·중·고교생을 상대로 한 특정상품강매로 확대될 기미.
문교부 공문은 「86, 88대회를 국내외에 홍보하고 소요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수익사업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각 국교는 학부모들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자발적 협조를 요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린이를 야단치고 체벌까지 하는 강매로 올림픽도 수익사업도 좋지만 몇푼 안되는 이문을 위해 동심에 상처를 주는 구시대적 낡은 상술을 이젠 버릴 때가 됐다는것이 학부모들의 뜻이다.
◇강매착용=잠실 K국교의 경우 4월부터 「호돌이」모자가 보급돼 현재는 전체 5천명중 99%인 4천9백50명이 구입해 쓰고 있다.
이학교 3학년 박모양(9)은 『담임선생님이 호돌이 체육모자를 사라고 해 학교앞 문방구에서 1천원을 주고 샀으며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검사를 했다』며 『6학년의 한 남학생은 체육시간에 모자를 안쓰고 왔다고 매를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2학년 조모양 (8) 도 『선생님이 꼭 「호돌이」마크가 있는 모자를 사라고 하곤 안쓰고 오면 야단까지 친다』며 불평했다.
이 국교 후문앞 오뚜기 문방구 주인 김모씨 (47)는『지난 4월초 오륜물산직원이 찾아와 「이 학교 학생 모두가 모자를 쓰게 될테니 물건을 받으라」고해 1개에 8백원씩 받아 1천원에 팔았다』고 말했다.
◇반발=강남 B국교의 경우 학교장 명의로 가정통신문을 보내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협조 있으시기 바랍니다」고 당부한 뒤 실제론 학급별로 색깔을 통일, 색깔이 틀리면 다시 구입토록 강요하고 있는 실정.
회사원 박모씨(40) 는『1, 2, 4학년에 다니는 3자녀에게 모두 모자를 구입해줬다』면서 『분실할 때마다 「학교가면 혼난다」며 다시 사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호돌이」모자=모자는 올림픽상품화권자사업(상품화권자사업)체로 선정된 오륜물산상품으로 판매가격이 1천원.
하얀색과 파란색 두 가지로 학교앞 문방구점에서는 8백∼9백원에 제조업체에서 사다가 1천원씩에 판다. 마크가 없는 일반운동모자 (문방구점에서 3백원에 구입, 5백원에 판매) 보다 2배가 비싼값.
◇공문=문교부가「올림픽 상품이용협조」공문을 내려 보낸것은 지난 3월l8일. 공문은「86·88 대회를 국내외에 홍보하고 소요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86대회휘장과 88대회휘장 및 마스코트가 부착된 기념품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바 상품이 학생들에게 이용되도록 적극 협조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대상은 초·중·고교.
◇업자=오륜물산 판매책임자인 박관종씨는 『올림픽조직위와 문교부·학교측의 협조를 얻어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20여개 국교에 2만여개의 모자를 팔았다』며『오는 9월까지는 1백여개교에 10만여개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용철 문교부보통교육국장=올림픽조직위의 협조요청에 따라 협조지시를 내려보냈으나 올림픽지정상품임을 알려주는 선에 그칠 뿐 강제성은 없다.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수 없고 국가적인 올림픽사업을 홍보한다는 차원에서 협조한 것 뿐이다. <김기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