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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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0일 아침이면 월드컵 축구에서 FIFA 컵의 주인을 알 수 있다. 또 MVP(최우수선수)와 득점 왕이 누구인지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작은 탱크 「마라도나」의 인기는 그날까지 가지 않아도 벌써 천정부지로 높다.
그는 아르헨티나 팀을 결승까지 끌어오면서 11점의 팀 득점 중 직접 5개, 어시스트 4개로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현재 그의 득점은 6골을 기록한 잉글랜드 팀의 「리네커」에 이어 2위지만 결승에서 1골만 더 추가하면 최우수선수와 득점왕 타이틀은 그의 것이 된다.
그동안 그에게 쏟아진 찬사만도 일일이 주워 담기 어려울 정도다.
준준결승에서 패한 잉글랜드 팀의 「톰슨」감독은 『비록 졌지만 「마라도나」의 신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희열을 느낀다』고 실토했고, 준결승에서 만난 벨기에의 「타이스」감독은『우리는 아르헨티나에 진 것이 아니라 단지 「마라도나」에게 졌을 뿐』이라고 극구 찬양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AFP통신은 『86멕시코 월드컵 결승전은 「마라도나」개인과 서독팀 전체의 대결』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마라도나」의 비중을 설명하는 말도 되지만 서독팀의 조직력을 높이 평가한 것도 된다.
서독팀은 현역시절 「카이저」(황제)라는 칭호를 들으며 74년 뮌헨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었던 「베켄바의」가 감독이다.
그러나 서독팀의 「포그츠」코치는 「마라도나」는 성가신 존재다. 특별히 12명으로 팀을 만들어 전담선수를 두는 수밖에 없다』고 익살을 부렸다.
「마라도나」에 대해서는 「조앙·아벨란제」국제축구연맹 회장까지 「축구의 새로운 천재」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그를 「제2의 펠레」라고 부르는 사람조차 있다.
그러나 콧대 높은 「마라도나」는 그걸 묵살하고 있다. 『「마라도나」는 「마라도나」고, 「폘레」는 「펠레」일뿐』이란 얘기다.
반대로 브라질의 스포츠 해설자 「두아르테」는 『「마라도나」를 축구 황제「펠레」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펠레」는 월드컵 3연패를 이룩한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마라도나」보다 1천2백개나 더 많은 골을 기록했다』고 못 마땅해 했다.
과연 「마라도나」는 아직 25세로 축구의 대성자는 아니다.
그가 「축구의 신동」으로 평가되기 시작한 것은 79년 세계청소년대회부터 일 뿐이다. 그러나 그는 프로축구사상 최고액인 1천만 달러를 받고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팀에 이적했고, 지금은 이탈리아의 나폴리 팀에 7백50만 달러로 옮겨갔다. 연수는 2백50만 달러(22억5천만원)란 설도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엘 피베 데 오로」(황금의 사나이)로 불리던 그는 지금 나폴리에서 「일 레디 나폴리」(나폴리의 왕)로 불리고 있다. 이제 환상적인 축구 영웅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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