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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보잉 737 ‘힐포스 원’ 트럼프는 순금 도금 75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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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대선(11월 8일)을 60여 일 앞두고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운 대혼전이 벌어지고 있다. CNN이 6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1~4일 실시)에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45%를 얻어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43%)을 2%포인트 앞섰다. 군소 후보인 자유당의 게리 존슨 후보가 7%,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가 2%를 얻었다. 클린턴과 트럼프가 양자 대결을 할 경우 지지율은 48%대 49%로 트럼프가 미세하게 앞섰다. 2% 포인트는 오차범위 이내이지만 지난 7월 하순 이후 클린턴이 꾸준히 앞섰다는 걸 감안하면 주요 기관 조사에서 표심 역전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LA타임스 조사(지난달 30일~5일 실시)에서는 클린턴과 트럼프가 각각 44%의 지지율로 동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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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용기 내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힐러리 클린턴. [로이터=뉴스1, AP=뉴시스]

CNN 조사에서 트럼프는 무당파 유권자를 더 확보하며 역전의 동력을 마련했다. 트럼프는 49%를 얻어 클린턴의 29%를 크게 앞섰다. 클린턴이 겪는 신뢰의 위기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지지자의 94%는 ‘트럼프를 믿을 만 하다’고 밝힌 반면, 클린턴 지지자에선 70% 만이 ‘믿을 만 하다’고 답했다. 클린턴 지지자 중 11%는 ‘트럼프가 더 믿을 만 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CNN 여론조사서 43% 대 45%
클린턴, 트럼프에게 역전당해
“우리 비행기, 미국서 제작되고 개조”
러스트 벨트 공략 ‘애국 마케팅’ 활용

여론조사 역전은 e메일 스캔들로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이 늘어난 데다 클린턴이 지난달부터 대중 유세 대신 부자들을 상대로 한 비공개 ‘실탄’ 모금 행사에 주력해 오며 이슈에서 밀려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의회 전문지 힐은 “클린턴이 모금 행사에 참석하고 9월 말 TV 토론 준비에 집중하며 유세장에서 거의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반면 절박해진 트럼프는 멕시코 방문 등 돌발 이벤트로 화제의 중심을 계속 차지하며 클린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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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공항에 착륙한 클린턴 전용기(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전용기(오른쪽). [로이터=뉴스1, AP=뉴시스]

다급해진 클린턴은 국면 전환을 위해 전용기 유세와 기내 기자회견 카드를 꺼냈다. 클린턴은 5일(현지시간) 유세전에 처음으로 보잉 전용기를 투입했다. 그간 트럼프는 내부 장식을 순금으로 도금한 보잉 757 전용기를 유세에 사용하며 공중전으로 유권자 눈길 잡기에 성공했다. 반면 클린턴은 버스를 이용하는 지상전에 치중해 오다 결국 전용기엔 전용기로 맞서는 맞불 작전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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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트럼프(오른쪽). 왼쪽은 마이크 펜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로이터=뉴스1, AP=뉴시스]

클린턴은 이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공항에 보잉 737 전용기로 도착했다. 공항엔 한 시간 전 착륙했던 트럼프의 보잉 757 전용기가 계류돼 있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이름이 크게 적힌 전용기와 클린턴 캠프의 로고 ‘H’가 꼬리 날개에 새겨진 전용기가 동시에 계류된 장면이 등장했다.

힐러리의 약자와 대통령 전용기를 뜻하는 ‘에어포스 원’을 결합해 ‘힐포스 원’으로 불리는 클린턴 전용기는 2002년 취항한 기종으로 클린턴 캠프가 지난달 말 임대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보잉기로 유세장 상공을 순회하는 ‘부자 과시 마케팅’을 구사하며 백인 저학력 저소득층에 잘 사는 미국을 만들 구세주로 각인됐다면, 클린턴 캠프는 전용기를 ‘애국 마케팅’에 활용했다. 캠프 관계자는 CNN에 “이 기종은 미국 내에서 제작됐고 개조 작업도 뉴멕시코주와 텍사스주에서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클린턴이 유세에 나선 오하이오주 일대가 일자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스트 벨트(낙후 공업지대)’ 임을 감안한 홍보전이다.

클린턴 캠프는 이날 취재진을 전용기에 태워 기내 기자회견까지 열며 ‘언론 친화 행보’에 나섰다. 기자회견은 지난해 12월 이후 275일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도 같은 날 자신의 전용기에 취재진을 탑승시켜 “더 자주 언론을 부르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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