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해외서만 화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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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 한창이던 지난 7월 22일 인천공항 출국장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으로 붐볐다. [사진 강정현 기자]

국내 소비는 부진하지만 해외 소비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당장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 예약이 급증하고 있다. 6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13~15일 해외여행을 가려는 예약자는 2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추석 연휴 예약자(2만600명·추석 9일 전 기준)보다 31.1% 증가했다. 모두투어도 지난해와 비교해 추석 연휴기간의 해외여행 예약이 40% 정도 늘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12~13일에 휴가를 내면 최대 9일 동안 쉴 수 있어 9~11일 출발하는 남태평양 등 장거리 노선 예약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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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법무부·한국관광공사·한국은행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돈은 13조607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2조2977억원)보다 10.7%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사상 최고액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여행을 다녀온 국민은 1063만여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6.2% 늘었다. 이런 추세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월 해외여행객 수는 208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 증가했다.

상반기 외국서 13조 써 사상 최대
1천만 명 출국 작년보다 16% 늘어

한국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추석 특별교통대책기간(9월 13~18일) 중 하루 평균 10만2000명씩, 총 61만 명이 해외여행에 나설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보다 13.9%(일평균)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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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법무부·한국관광공사·한국은행

소득이 늘어 해외여행을 많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해외 소비만 늘어나는 것엔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골프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 등 국내에서 돈을 쓰기 힘든 환경에다 각종 소비 관련 규제들이 해외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며 “여기에 원화 강세가 더해지면서 해외 소비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외 관광객이 국내로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권태일 박사는 “최근 성공한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처럼 체험을 접목한 생활관광 상품과 인프라를 확대한다”며 “그래야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의 시선을 국내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관광업은 소비 확대와 고용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산업이다. 산업연구원은 6일 내놓은 ‘연령별 관광 소비패턴 변화와 내수 파급효과 및 시사점’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내 관광 소비가 5% 늘어나면 1조2000억원, 10% 증가하면 2조5000억원 이상의 내수 파급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문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30~40대는 식음료비 지출이 많은 반면, 60대 이상은 기념품 및 쇼핑비 지출이 많다”며 “연령대별 소비패턴을 고려한 관광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박진석·성화선 기자 kailas@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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