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증시 큰손들 신흥국으로…주목 받는 V·I·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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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기관투자가는 증시의 대표적인 ‘큰 손’이다. 전세계 큰 손들은 요즘 어디로 움직이고 있을까. 6일 유안타증권이 분석한 국내외 기관투자가 투자동향에 따르면 답은 신흥국이다.

유럽 자금, 신흥국 투자 비중 늘려
베트남 6%대 성장, 잠재력도 높아
인도네시아·필리핀도 정치적 안정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가 지난해 말부터 신흥국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2014년 상반기 이후 꾸준히 선진국 증시로 돈을 옮기다 1년 반 만에 투자전략을 유턴했다. 대신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주식의 비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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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연기금 중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연기금(ABP)도 신흥국에서 재미를 보고 있다. 올 2분기 4%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이 중 신흥국 주식이 4.2%의 수익률을 올려 선진국 주식 수익률(3.6%)을 앞질렀다. 지난달 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신흥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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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느 나라가 성장 가능성이 클까. 최근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는 신흥국은 ‘VIP’다. 베트남(Vietnam), 인도네시아(Indonesia), 필리핀(Philippines) 3개 국을 묶어 일컫는 말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경제성장률 6.7%를 기록했다. 정부가 향후 5년간 6.5~7% 성장률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증시 시가총액 비중이 30% 수준에 불과해 잠재력이 높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군도 다양하다. 국내 시장에서 한 차례 거품이 꺼지면서 펀드 신상품이 쏟아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출시된 베트남펀드는 23개다. 10년 폐쇄형(메리츠베트남증권펀드)부터 ETF(한국투자베트남ETF적립식랩)까지 종류가 많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정치적 상황이 호전되면서 경제 성장세가 두드러진 경우다. 2014년부터 ‘조코노믹스(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경제정책)’를 편 인도네시아는 올해 경제성장률 5%대를 회복했다. 필리핀은 올 6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부임한 뒤 치안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며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베트남만큼 상품군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NH-Amundi인도네시아포커스증권투자신탁’이나 ‘신한BNPP봉쥬르동남아시아증권자투자신탁’, ‘KB아세안증권자투자신탁’ 등의 상품을 통해 투자할 수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투자하는 ‘VIP펀드’를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6월부터 업계 최초로 인도네시아 주식시장 온라인 매매서비스를 열었다.

다만 최근의 신흥국 강세는 어디까지나 비교우위에 의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선진국 투자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한 글로벌 자금이 흘러들었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면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상반기 신흥국으로 유입된 자금 중 일부는 회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 증시에 투자하는 지역 펀드를 찾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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