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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방예산 40조원 시대, 제대로 쓰고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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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방비 40조원 시대가 내년부터 열린다. 국방부는 내년 국방예산안으로 40조3347억원을 편성했다고 어제 발표했다. 올해에 비해 1조5352억원 늘어난다. 내년 국방비는 국민이 신뢰하는 튼튼한 안보역량을 확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한다. 세부적으로는 북한 위협에 대비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등 핵심 전력을 확보하고 군 복무 여건을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국방예산 사용 구조는 비효율적
북한 위협 대비해 계획 다시 세워야
현대전에 맞게 군 구조 개편해야

주요 방위력 개선사업으로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에 9871억원, 차기 이지스함(광개토-Ⅲ 배치-Ⅱ) 사업에 1765억원, K-2 전차에 3645억원 등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다. 내년 병사 봉급이 병장 기준으로 월 21만6000원으로 인상된다. 2012년 10만8000원의 두 배다. 장병들의 주거공간인 병영생활관에 에어컨 설치, 독서카페 등 장병 복지에도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내년 국방비는 총액 규모로만 보면 세계 10위 수준이다. 그러나 병력 1인당 국방비는 5만8000달러로 세계 48위다. 노동집약적인 군사력 구조임을 말해준다. 우리 군이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에 첨단 전력으로 대비하면서도 우리 병력의 두 배인 북한군 120만 명에도 맞서야 하는 이중구조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런 점에서 한국군을 기술 위주의 현대화된 군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주어진 예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다. 국방부는 예산이 부족한 만큼 더 명확한 목표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현대전에 맞는 군 구조 개편 등 국방개혁에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 창조국방을 3년째 추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과가 없다. 몇 년 뒤 국방부의 모습을 그릴 수가 없다. 국방예산으로 그저 하루 끼니 때우는 식으로만 보인다.

더구나 북한이 핵실험에 이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으로 위협을 높이고 있는데도 대응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해군은 당장 현실적인 대응보다는 이지스함을 더 확보하는 데만 혈안이다. 육군도 필요성이 낮아 생산량을 축소시킨 K-2 전차의 대수를 무슨 이유인지 다시 늘렸다. 군대의 몸집만 늘릴 생각을 하고 있다. 창의적으로 싸우려는 생각을 국민에게 공개한 적이 없다.

북한에 대한 대응 의지에도 문제가 있다. 북한은 지난달 SLBM 발사를 1년여 만에 성공시켰다. 무수단 미사일의 발사에 5번을 실패하자 6번째엔 미사일 하단부에 그리드핀이란 꼭지 날개를 부착해 성공했다. 그제도 스커드-ER 또는 노동미사일 3발을 1000㎞나 날려 보냈고 명중도도 개선됐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적인 도발에 국방부는 그저 허둥지둥하는 느낌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눈에도 결의에 찬 기운이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는 앞으로 다가올 북한의 강도 높은 위협에 대비해 모든 계획을 다시 점검하고 결의를 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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