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학의 개척자 춘원 재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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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문학평론가 김윤식씨(서울대)에 의해 지난 81년 4월부터 85년 10월까지 4년7개월에 걸쳐 「문학사념」지에 연재됐던 『이광수와 그의 시대』(한길사간)는 모두 3권 분량 원고지 5천 2백장으로 그의 생애와 문학활동을 총체적으로 기록, 정리한 역작.
김씨는 이 책을 쓰기 위해 69년·80년 두 번에 걸쳐 자료조사차 일본에 가는 등 집필직전까지 자료발굴에만 10여년 걸린 것을 비롯해 ,모두 17년만에 집필 완료했다는 것.
제1권은 일찍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는 유년시절에서부터 일본 유학을 하게 되는 과정과 민족의 교사가 되겠다는 장한 자의식 속에서 오산학교 교사로 부임하는 장면까지 그려져 있다.
제 2권은 상해·시베리아 방랑과 2차 일본유학, 문인으로서의 등장과정,2·8독립선언을 통한 지사로서의 역할과 현실과의 타협에 의한 귀국에까지 걸친다.
제3권은 귀국 후 동우회운동과 문학활동의 양 영역을 넘나드는 춘원의 돈키호테적 풍모와 친일행각의 내면세계, 해방후의 민족심판과 납북에 이르는 야망과 좌절을 담고 있다.
춘원이 살았던 시대를 고아의식에 충만한 시대로 간파한 김씨는 그의 번듯한 외양 속에 드러나는 내용의 허술함, 일관되지 못한 가치관의 혼동 ,삶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극에서 극으로의 반전들을 실증적인 조사로 엮어냄으로써 춘원과 그의 시대의 연관성을 나타내려고 했다.
김씨는 『춘원은 선각적 지식인인 교사·문필가·지사·언론인으로서, 그리고 말년의 친일 행각자로서의 실로 파란만장한 개인사의 넓이와 크기로 동시대의 어느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우리근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며 『특히 근대문학의 개척자로서의 그의 위치와 그가 쏟아낸 엄청난 양의 문학작품은 그에 대한 비판적 여과를. 통하지 않고서는 우리 근대문학 평가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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