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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불량 국감] 국회 열자마자 국감 갑질 폭탄 “과거 20년치 자료 내놔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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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들이 국회로부터 ‘자료 요구 폭탄’을 맞고 있다. 국정감사는 이달 26일부터 3주간 진행된다.

26일부터 3주간 20대 국회 첫 국감
김영진 “교부세과 인적사항 내라”
피감기관 “무리한 요구” 하소연
기업인 증인 채택 작년보다 많을 듯

행정자치부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김영진(더불어민주당·수원병) 의원으로부터 “최근 5년간 교부세과를 거쳐간 직원들의 인적사항 일체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교부세과는 지난달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만든 부서다.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의 재정 교부금 특례를 균형 발전을 위한 조정 교부금으로 바꿔 교부금 규모를 축소하는 개정안이었다. 이 개정안에 인구 50만 명이 넘는 수원·성남 ·과천 등이 크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행자부에선 “무리한 요구다. 수원이 지역구인 김 의원이 일부러 이런 자료를 요청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김 의원은 “교부금이 여당 거물 정치인 등에 편중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 고 주장했다.

충청북도는 최근 “개별지가 및 개별주택 예산집행 현황의 20년치 자료를 모두 달라”는 요구를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실로부터 받았다. 충북도가 “20년치 자료를 내긴 어렵다”고 버티면서 결국 10년치 자료만 제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최근 10년치’ ‘관련 문서 일체’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다 복사해 제출하라’는 식의 무리한 요구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자료 요구뿐만이 아니다. 증인·참고인 채택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도 본격화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국회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재계 인사들에 대한 출석 요구가 20대 국회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경우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2011년 새만금에 신재생에너지 투자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놓고 추진이 안 된 경위를 추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허창수(GS그룹 회장) 전경련 회장에 대해서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농어촌 상생기금에 대한 질의를 위해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더민주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정현(전 청와대 홍보수석) 새누리당 대표를 증인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에선 더민주가 항공기 안전 문제와 관련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을 증인 채택 요구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정무위에서도 더민주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내수 차량과 해외판매 차량의 품질·가격 차별에 대해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관련, 조양호 회장과 최은영 전 회장의 증인 채택도 요구했다.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대형마트 와 전통시장의 상생’ 문제와 관련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출석을 요구할 계획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18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처음으로 178명의 국정감사 증인 명단을 확정했다. 이 중에는 황창규 KT 회장이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의 입찰 비리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지난해 국감엔 역대 최다인 712개 기관, 4173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여소야대의 3당 체제가 들어선 올해엔 지난해보다 증인 채택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툭하면 공무원들을 하인 다루듯 삿대질하고 고성 질타로 윽박지르고 보복성 질의나 민감한 자료를 트럭 한 대씩 제출하라고 압박하며, 경제인을 출석 요구해 하루 종일 국회에 불러다 대기시키고 단 1분도 질의 않는 태도를 버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국회 관계자는 “야당의 목소리가 더 큰 20대 국회 첫 국감에서 이 대표의 의지가 관철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유미·유성운·채윤경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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