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틴 경제] 정부 예산이 뭔가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정부가 400조원 ‘수퍼예산’을 발표했다는 기사를 최근에 봤어요. 400조원이면 엄청나게 많은 돈일 텐데. 그렇게 큰 액수가 들어가는 정부 예산이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국방·공공건설 등 한 해 나라살림에 쓸 수입·지출 계획서죠

A. 틴틴 여러분 용돈을 얼마나 받고 있나요. 한 달에 한 번,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 받는 친구들이 많을 텐데요. 용돈을 받자마자 가게로, PC방으로 달려가서 다 쓰진 않겠죠. 똑똑한 틴틴 친구들이라면 다음번 용돈을 받기 전에 돈이 바닥나지 않도록 계획을 짜겠죠. 누구 생일이 있으니 선물로 얼마, 간식비와 교통비로 얼마. 이렇게 머릿속으로 그려보거나 수첩에 적어보지 않나요.

기획재정부 예산실서 세부안 짜
대부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
지난 2일 국회로 넘긴 예산안
예산결산위 심사, 12월 확정되죠

나라살림도 똑같습니다. 대신 계획을 짜는 주기가 1년으로 길고 씀씀이가 엄청나게 크다는 차이가 있죠. 공식 명칭은 정부 예산입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2017년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올해보다 3.7% 늘어난 400조7000억원을 쓰겠다고 밝혔습니다. 400조원. 숫자 ‘4’ 뒤에 ‘0’이 12개나 붙는 어마어마한 숫자입니다. <본지 8월 31일자 1면>

한 해 나라살림을 짜는 건 방대한 작업입니다. 그래서 전담하는 정부부처가 따로 있어요. 바로 기획재정부입니다. 기재부 안에 예산실이란 곳에서 예산안을 짜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기재부 장관은 다른 경제부처를 지휘하는 경제부총리를 겸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가의 한 해 살림을 계획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이지요.

기사 이미지

보통 예산이라고 하면 쓰는 돈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실 정부에서 짜는 예산안은 ‘총지출 예산안’과 ‘총수입 예산안’ 두 가지로 나뉩니다. 얼마나 돈이 들어올지 알아야 쓸 돈도 정할 수 있으니까요. 틴틴 여러분도 그렇죠. 받을 용돈이 얼마인지부터 알아야 어디에 어떻게 쓸지를 정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는 어떻게 쓸 돈을 마련할까요. 네. 바로 세금입니다. 정부가 기금이나 여유 자금을 굴려 얻는 수입(기금·세외 수입)이 있지만 대부분 정부 예산은 세금(국세 수입)으로 충당합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고 있어요.

틴틴 여러분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건을 살 때 받은 영수증을 갖고 있나요. 한 번 꺼내보세요. 물건 값 아래 ‘부가세’란 글자가 보일 겁니다. 부가세의 정확한 이름은 부가가치세입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 팔 때 붙는 세금입니다.

틴틴 여러분이 물건값으로 1만1000원을 냈다면 이 중 실제 물건 가격은 1만원이었고 나머지 1000원(10%)은 부가세랍니다. 앞으로 틴틴 친구들이 자라서 직업을 가지고 돈을 모으게 된다면 소득세나 법인세, 관세 같은 다른 종류의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너무 아까워만 하지 말아요. 정부가 해마다 짜는 예산은 전국 곳곳에서 쓰인답니다. 틴틴 여러분이 공부를 하는 학교 건물도 정부 예산으로 지어졌습니다. 동생이 다니는 어린이집도 정부 예산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어요. 매일 다니는 도로와 건널목 신호등은 물론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경찰·군인도 나랏돈으로 유지하고 있답니다. 틴틴 여러분이 하루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 우리가 낸 세금이 쓰이고 있어요.

그럼 기재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7년 예산안’을 살펴볼까요. 예산안은 모인 세금(총수입)을 내년에 어떤 곳에 쓰겠다(총지출)고 미리 알리는 내용입니다. 내년 예산 총지출 400조7000억원 가운데 가장 많은 130조원이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사용됩니다. 국민의 건강과 삶을 튼튼히 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보호하는데 이 돈이 쓰입니다.

기사 이미지

다음으로 많은 63조9000억원은 일반·지방행정 분야에 투입됩니다. 기재부가 발표한 예산안은 중앙정부만 대상으로 합니다.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경기도 같은 지방자치단체는 별도의 예산을 꾸립니다. 그때 중앙정부에서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돈이 바로 지방행정 분야 예산입니다. 관공서 건물을 보수하고 굵직굵직한 선거를 치르는 데도 행정 예산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교육(56조4000억원), 국방(40조3000억원), 농림·수산·식품(19조5000억원), 연구개발(19조4000억원), 공공질서·안전(18조원) 등 곳곳에 예산이 들어갑니다. 각 부문 안을 들여다보면 올해를 끝으로 사라지는 사업도 있지만 새로 생긴 예산 지원 사업도 있어요. 하나하나 살펴보면 ▶공영 어린이집 300개 신축 ▶어린이독감 무료 예방접종 ▶군대 병영생활관 전부에 에어컨 설치 ▶청년 창업 500개 팀에 각 1억원 지원 등 가족 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도 많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예산 전쟁’은 사실 이제부터입니다. 기재부가 지난 2일 국회에 넘긴 예산안은 말 그대로 ‘안’입니다. 나랏돈을 어떻게 쓸지 최종적으로 심의하고 결정하는 권한은 행정부가 아닌 국회가 갖고 있습니다. 일종의 견제 장치랍니다.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문위원 검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심사…. 이름을 외우기도 어려울 만큼 복잡한 여러 단계의 심사와 검토, 조정을 거치면서 예산안의 세부 항목과 액수는 조금씩 바뀝니다.

큰 틀은 흔들리지 않지만 국회의원이 “이런 이런 예산은 허락할 수 없다”며 금액을 줄이거나 아예 항목을 빼는 일도 있습니다.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의원도 여당(집권당, 풀어 말하면 대통령을 배출한 당)과 야당(여당이 아닌 그 외의 당)으로 갈려 치열히 토론하고 싸우며 예산을 조정합니다. 각자 자기 당이 내세운 정책에 예산을 끌어오려고 벌이는 줄다리기이기도 하지요.

나쁜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자기가 속해 있는 지역구나 자기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곳에 예산이 투입되도록 슬쩍 ‘쪽지’를 내미는 의원 말이지요. 해마다 반복되는 국회의원들의 ‘쪽지 예산’에 예산이 낭비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관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에게 실익이 가지 않는 엉뚱한 사업을 벌여 재정을 낭비했다가 오랜 기간 비난을 받는 일도 많지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국회 단계에서 심사를 거치는 데만 두 달 넘게 걸립니다. 그리고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이 ‘땅땅땅’ 의사봉을 두드리고 나면 최종적으로 정부 예산이 확정됩니다. 정해진 액수와 내용대로 예산은 다음해 1월 1일부터 곳곳에 풀리게 되는 거죠.

이 역시 끝은 아닙니다. 그해 잡힌 예산을 다 쓰고 다음해로 넘어가면 기재부는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실제 사용했나’ 하는 내용을 상세히 담은 ‘결산 보고서’란 걸 만듭니다. 그리고 감사원에게 검사를 받고 국회에서 심의를 받아야 끝이 납니다.

지난달 나온 내년 예산안만 해도 ‘예산 편성(2016년)→예산 집행(2017년)→예산 결산(2018년)’까지 3년의 여정을 거쳐야 하는 거죠. 국민이 낸 세금이 한푼도 허투루 쓰지 않도록 2중, 3중의 감시망은 만들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예산 낭비’ ‘혈세 낭비’란 비판은 끊이지 않습니다. 국민이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이 엉뚱한데 낭비되지 않도록 나랏돈의 주인, 바로 틴틴 여러분도 눈에 불을 켜고 함께 감시해야겠지요.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