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미국산 우선 구입”…납품 기업 68개 외국서 컴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7면

기사 이미지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미국 산업공동화 현상을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월마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2023년까지 2500억 달러(약 279조원)어치 제품을 미국산으로만 구입한다는 내용이다. 사진은 미국 내 월마트 납품업체가 제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 [사진 월마트 홈페이지]

“미국 산업공동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월마트가 제조업 육성에 나서겠다.”

월마트 “제조업 육성” 미 정책 동참
미국산 279조원어치 구입 목표
“일자리 100만 개 창출하는 효과”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의 최고경영자(CEO)는 2013년 8월 미국산 제품을 우선 구입하겠다는 ‘월마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2023년까지 2500억 달러(약 279조원)어치의 제품을 미국산으로만 구입한다는 내용이다.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미국 정부 정책(리쇼어링)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이후 이스라엘에 있던 에밀리아의 화장품 공장과 이탈리아에 있던 로나티의 섬유용 기계 공장 등이 미국으로 돌아왔다. 월마트에 납품하는 업체 중 리쇼어링에 동참한 기업은 7월 기준 68개에 달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월마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미국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 이미지

이처럼 리쇼어링은 전·후방 사업 파급 효과가 큰 대기업과 공동으로 정책을 추진할 때 효과가 커진다. 실제로 애플·제너럴일렉트릭(GE)·월풀·포드 등 미국 대기업이 리쇼어링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리쇼어링을 추진한 2009년 이후 2014년까지 미국으로 되돌아온 기업은 700여 개에 달한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이 리쇼어링에 참여하면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은 자연스럽게 리쇼어링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 생태계의 허브 기능을 하는 대기업을 우선 설득하면 협력사·납품업체도 덩달아 리쇼어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방정부와의 공조도 필요하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리쇼어링에 적합한 기업을 선별하는 과정을 지방정부가 맡는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상이한 환경에 적합한 기업을 지방정부가 직접 선별해야 리쇼어링 기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사 이미지

일본은 중앙정부가 ‘기업입지촉진법’을 제정해 판을 깔아줬다. 이후 기업 유치는 지자체 몫이었다. 미에(三重)현은 지사가 직접 샤프를 찾아가 공장을 유치했다. 사이타마(埼玉)현은 ‘기업유치대작전’이란 정책을 수립해 기업 방문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 시마네(島根)현은 정보서비스산업 입지촉진 보조금 제도를 신설했고, 아이치(愛知)현은 리쇼어링 기업에 파격적 부지 지원책을 내놨다.

김은경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자체 재량권을 확대해야 지자체별로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기업을 선별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쇼어링이 성공하려면 단기 지원책에 매몰되면 안 된다. 법인세 인하나 보조금 지급은 당장 리쇼어링 업체 수를 늘릴 수 있지만 근본적 방법은 아니다. 실제로 영국 ‘금융버밍엄 프로젝트’는 보조금이 아니라 저리 대출을 제공하는 식으로 리쇼어링 기업을 지원한다. 문종철 한국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금을 낮추려고 해외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이 돌아오려면 임금 상승분을 만회하는 부가가치 상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쇼어링을 택하면 장기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은 신행정행동계획을 통해 제조기업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혁신안을 제시했다. 독일(인더스트리4.0)·일본(일본재흥전략)·대만(경제진흥을 위한 신조치)도 제조업 부가가치를 높이려고 머리를 짜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친화적 제도 도입과 규제 철폐도 강조한다. 대만 정부는 리쇼어링 기업이 과거 위법적 투자가 있었다고 자진 신고하면 일괄적으로 5만 대만달러(약 177만원)만 부과하는 식으로 부담을 줄였다. 영국 정부는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해 3000개의 리쇼어링 관련 규제를 철폐해 8억5000만 파운드(약 1조3000억원)의 기업 비용 절감 효과를 유발했다.

일본도 리쇼어링 기업 유치를 위해 공장등제한법·공업재배치촉진법·생산시설면적제한·공업입지법 등을 완화했다. 양금승 선임연구위원은 “비용 요소를 절감하고 경쟁력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리쇼어링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